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약 35%가 은행에서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모펀드의 은행 판매 비중(7%)보다 5배 높은 수치다. 판매 과정에서 은행이 상품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이어 다시 한번 ‘은행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7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기준 펀드 판매사들이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판매잔액 5조7,000억원 중 은행 판매분은 약 2조원으로 34.5%를 차지했다. 같은 시기 전체 사모펀드 판매잔액 381조원 중 은행 판매잔액은 7.6%(29조원) 수준이었다. 은행들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를 다른 상품보다 더 집중적으로 판매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작년 7월 말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수익률 돌려 막기 의혹 등이 제기되기 시작한 시기로 판매잔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던 때다.
은행별로 판매잔액을 보면 우리은행이 1조64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4,214억원, KEB하나은행 1,938억원, 부산은행 955억원, KB국민은행 746억원, NH농협은행 597억원, 경남은행 535억원, 기업은행 72억원, 산업은행 61억원 등이었다. 나머지는 증권사가 팔았다.
특히 일부 투자자들이 은행에서 사모펀드라는 사실을 모르고 가입했다거나 원금 손실 가능성을 안내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DLF 사태 때와 유사한 불완전판매 우려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라임 관련 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에 접수된 피해 진술서와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펀드에 투자하지는 말아달라고 했지만 은행 직원이 아무런 설명 없이 가입시켰다”는 등의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금감원 분쟁조정 신청은 일단 삼일회계법인이 환매가 중단된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에 대해 실사 결과를 내놔야 진행될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은행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DLF 사태에 이어 라임 사태까지 연이어 터짐에 따라 국내 자산관리(PB) 시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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