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전 닛산ㆍ르노자동차 회장의 도주로 사법당국의 감시망에 구멍이 뚫린 일본 정부가 보석 중인 피고가 도주하거나 재판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법무장관의 자문기구인 법제심의회를 열고 형법 등의 개정을 위한 의견을 청취할 방침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7일 일본 법무성이 곤 전 회장처럼 보석 중인 피고가 도주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 대해 현재 형무소 등에서 도주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형법상 ‘도주죄’를 보석 중 도주에도 적용하는 등 도주방지 대책을 강화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현행 형법 상 도주죄는 형무소나 형사시설, 경찰서 등의 구류시설에서 신체가 구속된 용의자와 피고 등이 도주할 경우에만 적용되고 있으며 1년 이상의 징역이 부과된다. 곤 전 회장처럼 보석 중에 도주한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법무성에서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재판소(법원)으로부터 증인으로서 출석 명령을 받았음에도 출두하지 않은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보석 중인 피고 등이 출석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 이에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보석 중인 피고에 대해서도 같은 처벌 규정을 만드는 것도 논의될 전망이다.
이 같은 법률 개정이 이뤄진다면 곤 전 회장의 경우에도 도주죄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 국적의 피고인이 해외로 도주하는 경우는 신병 구속이 어렵다. 이에 보석 후 동향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따라 위치확인시스템(GPS) 단말기 부착 등의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 일본 법원에서 보석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에 대한 대비 차원이다. 최고재판소(대법원)에 따르면 1심 판결 전 지방법원 등에서 보석을 허가하는 경우 비율이 2008년 14%에서 2018년 32%로 상승했다. 보석 중 피고가 별건으로 기소되는 건수도 증가해 2008년 102건에서 2018년 258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편 곤 전 회장이 간사이(關西)공항에서 보안검색을 받지 않고 개인 제트기를 통해 일본을 출국해 터키 이스탄불로 향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본 국토교통성은 자가용기에 대해서도 보안검색을 의무화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나섰다. 이제까지는 자가용기의 보안검사 실시 여부는 기장의 판단에 맡겨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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