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최근 발표한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커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을 위한 집단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개편안이 적용되면 대한항공의 이득은 커지는 반면 소비자 혜택은 대폭 줄어든다는 것이다.
6일 대한항공과 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태림은 오는 12일까지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혜택 변경안에 대해 공정위에 약관 심사 청구를 하기 위한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다. 현재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인원은 400명을 넘었다.
법무법인 태림의 박현식ㆍ김동우ㆍ하정림 변호사는 “고객들은 대한항공의 일방적 마일리지 개편 때문에 더 이상 기존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의 노력으로 쌓은 경제적 이익(마일리지)을 대한항공이 어떤 동의도 없이 임의로 변경해 이익을 취하면서 고객에게 그 손해를 일방적으로 전가시켰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스카이패스 제도 개편안’은 △항공운임 일부 마일리지 복합결제 △마일리지 적립 기준 변경 △보너스 항공권 마일리지 공제 기준 변경 △우수회원 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당시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복합결제를 앞세우며 고객 편의를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객들에 대한 혜택은 줄어들고, 대한항공의 이득만 커질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소비자들이 가장 크게 불만을 가지는 부분은 보너스 항공권을 구입하기 위한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 거리’로 바꾼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인천~뉴욕 구간의 일반석 보너스 항공권을 구입하려면 편도 기준 3만5,000마일리지가 필요했다. 하지만 새 기준에 따르면 4만5,000마일리지가 필요하다. 제도 개편으로 마일리지 가치가 28.6% 가량 하락한 것과 같은 의미다.
마일리지 적립 기준 변경에 대한 불만도 크다. 개편안에 따르면 일등석ㆍ프레스티지석은 적립률이 상향됐지만, 일반석은 감소했다. 일반석 K/L/U 등급은 원래 100% 적립이 가능했지만, 변경 이후엔 75%만 적립된다. 단체 항공권을 의미하는 G등급은 80%에서 50%로, Q/N/T 등급은 70%에서 25%로 각각 적립률이 낮아졌다.
‘모닝캄’ 대신 도입하는 ‘우수회원’ 제도에 대한 비판도 높다. 대한항공은 기존 모닝캄에 해당하는 우수회원 등급인 ‘골드’ 외에 ‘실버’를 신설해 더 많은 고객에게 라운지 이용, 무료 위탁수하물 혜택을 확대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골드 등급 자격 조건은 까다로워졌다. 2년에 한 번이던 자격심사를 매년 실시하고, 대한항공 탑승 마일리지만 인정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마일리지 개편안을 국제 기준에 맞춰보면 적립률이나 고객 혜택이 큰 편”이라며 “오는 11월부터 시범 운영하면서 고객 불만을 적극 수렴하고,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마일리지 개편안에 부채비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전략이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마일리지는 재무재표상 부채로 잡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누적 마일리지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조2,135억원으로, 전체 부채(23조2,917억원)의 약 1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예정된 대한항공의 소멸 마일리지만 4,000억원에 달한다”며 “마일리지 개편안으로 공제가 커지면 부채를 더욱 많이 털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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