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공평ㆍ정의 관점에서 수사하는 것 같진 않아”
“페미니즘 목소리 높여야… 국회가 해결해야 할 시대정신”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 원종건 씨. 현유리 PD

“머리에 왁스 좀 바르고 와도 될까요?”

더불어민주당이 4ㆍ15 총선에 대비해 영입한 ‘청년 인재 1호’ 인 원종건(26)씨가 6일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시작하기 직전 꺼낸 말이다. 원씨는 시청각장애인인 어머니를 부양한 ‘극복 서사’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평범한 ‘이남자’(20대 남성)의 대표이기도 하다. 서울 상암동 드림타워에서 만난 원씨는 영락 없는 ‘이남자’였다. 옷차림부터 50대 남성이 지배하는 여의도 문법과 달랐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교복이라는 파타고니아 재킷을 걸쳤고, 접어 올린 청바지에 스티브 잡스가 애용한 뉴발란스 운동화를 신었다.

성격도 신세대였다. 1시간 30분간 진행된 인터뷰 내내 원씨는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데 막힘이 없었다. 불공정 논란으로 청년에게 깊은 상실감을 안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도덕적 해이에 대해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꼬집는가 하면, 검찰을 향해서도 “공평과 정의의 관점에서 수사를 하는 것 같진 않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페미니즘 정책 기조’가 20대 남성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선 “페미니즘은 시대정신”이라고 잘라 말했다.

원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05년 어머니와 함께 MBC 프로그램 ‘느낌표’에 출연했다. 당시 원씨 어머니가 각막 이식 수술로 시력을 되찾는 과정이 방송돼 시청자들을 울렸다. 원씨는 온라인 쇼핑회사 이베이코리아에 재직 중이다.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재 2호 원종건 씨. 현유리 PD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았나.

“기초생활 수급자로 평생 살아오면서 어떤 정당이 집권하고, 어떤 정책이 펼쳐지느냐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한달 생활비가 달라진다는 뜻이었으니까.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특히 복지 정책에 관심이 많았다. 다만 총선이나 대선, 정당활동 등을 제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유권자로서의 역할만 생각했다.”

-민주당에서 처음 영입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나.

“처음 전화가 왔을 때는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끊었다(웃음). 이후 여러 차례 거절했다. 정치를 떠올리니 생전 처음 가보는 여행지를 갈 때와 같은 두려움이 생겼다. 한달 반 전에 (가난 때문에 어린 시절 해외로 입양된) 여동생을 보려고 스웨덴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아예 민주당의 연락을 피하기도 했다.”

-영입 제안을 수락한 결정적인 계기는.

“영입 제안을 받은 사실을 필담과 입 모양으로 어머니께 설명을 드렸다. 어머니가 한참을 바라 보시더니, ‘정치인이 돼 네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우리 가정 안에서의 네 역할에 개의치 말고 도전해 보라’고 하셨다. 그때 제안을 수락하기로 결심했다.”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인 원종건 씨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하트를 만들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를 평가해 달라.

“가장 ‘올드’한 국회는 맞는 것 같다. 끝까지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그점 때문에 21대 국회의 어디를 수술하고, 어디를 치유해야 할지를 명확히 보여 주는 측면도 있다.”

-이른바 ‘이남자(20대 남성)’가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남녀 구분 없이 20대 전체로 보면, 정치권이 이들이 직면한 문제를 정치에 녹여내지 못하고 있다. 가령 청년내일채움공제(청년이 3년간 600만원을 적립하면 정부가 돈을 보태 3,000만원으로 불려주는 제도)는 중소기업에만 적용된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에 있는 청년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가령 중견기업에 취업해 ‘가장’ 노릇을 해야 하는 청년과, 부유한 집안에서 중소기업을 다니며 청년내일채움공제 혜택을 받는 청년이 있다고 생각해 보라. 정치권이 이런 문제를 세심하게 고민해야 한다. 민주당은 청년의 주거 안정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것 같지 않다.”

-20대 남성의 민주당 이탈’ 배경에는 젠더나 공정성 이슈도 있을 것 같은데.

“그건 너무 협소한 문제다. 20대 전체를 쪼개고, 다시 쪼개고 들어가다 보면 끝자락에 남녀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거시적 차원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

-정부ㆍ여당의 페미니즘 정책에 대한 20대 남성의 반감이 큰 것 아닌가.

“페미니즘 목소리가 이 사회에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 살펴보면, 반영률 자체는 실제 높지 않다. (페미니즘 이슈를) 언론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공론화하는지, 이를 정치권에서 얼마나 정책과 법안으로 연결시키는지를 점검해서 반영률을 오히려 높여야 한다. 그건 21대 국회가 반드시 해야 할 숙명이자,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

-20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도덕성 문제와 언행 불일치에 실망해 떨어져 나갔다는 분석도 있다.

“조 전 장관의 도덕적 해이와 관련해선 물론 잘못된 부분이 있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의 책임을 묻고 있는 검찰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해 공평과 정의의 관점에서 수사를 했느냐를 반문해 본다면, 그건 아닌 것 같아 안타깝다.”

2020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인 회사원 원종건씨가 1호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의 휠체어를 밀고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이 가장 시급하게 논의해야 할 20대의 문제는 뭐라고 보나.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청년들이 많다. 저처럼 어머니를 부양해야 하는 청년 가장들은 월 20만원만 추가 수입이 생겨도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박탈 당하기도 한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자격 박탈의 압박이 더 커진다. 군 복무에 대한 걱정도 있다. 저는 (수급자여서) 군대를 가지 않았지만, 저와 비슷한 처지의 친구는 군대를 갔다.

복지 정보가 수혜 계층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제가 성인이 되면 저와 어머니의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이 박탈이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려고 실업계고 디자인과에 들어갔다.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대학원은 안 되지만 대학교까진 국가장학금도 나오고 기초생활수급자 자격도 유예된다’고 얘기해주더라. 너무 충격이었다. 대학에 너무 가고 싶었는데 그 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일자리와 주거 등 청년 문제를 해결하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음에도 정치권 논의는 별로 진척되지 않는다.

“국회의원이나 시의원들이 청년 관련 법안을 만들 때 정책간담회를 하는데, 간담회에 참석하는 청년들이 청년을 대표하진 않는다. 제가 20대 남성을 대표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정말로 청년 얘기를 듣고 싶으면 대학 강의실에 가든지, 아르바이트 현장에 동행하든지 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조금 더 뛰어다녀야 한다. 사회적 나이가 젊고, 마음이 더 열려 있는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총선 때마다 청년 정치인들은 홍보용으로 소비되곤 했다. ‘청년 정치인 1명 국회에 입성한다고 달라질 게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제가 국회에 들어간다고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가져야 한다. 지켜봐 달라.”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인 원종건 씨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찬 대표, 원종건씨, 윤호중 사무총장. 연합뉴스
-국회의원이 되면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싶은 정책은.

“정치인 생활 겨우 9일째라 지금 제가 정책을 이야기하면 신뢰가 가지 않을 것 같다. 계속 공부하고 있다. 어제는 출판업계 관계자를 만났고, 그저께는 유투버인 친구를 면담했다. 유투브를 하는 친구는 직장인이어서 유투버 겸업 금지 규정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렇게 실생활에서 마주치는 문제를 저장소에 하나 하나씩 넣고 있다. 국회에 입성하면 하나씩 해결해 나가겠다.”

-공인으로서 도덕성 검증을 피할 수 없을 텐데 부담스럽지 않나.

“검증 절차는 당연하다. 검증 과정에서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성 정치인 중에 ‘롤모델’이 있다면.

“MBC 방송 프로그램 ‘느낌표’의 ‘눈을 떠요’ 코너가 방송됐던 그 해가 ‘각막 기증의 해’로 선포됐다. 당시 선포식에 당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이명박 서울시장, 민병두 우리당 의원이 참석했다. 민 의원은 방송 이후 제게 손 편지까지 보냈다. 그 분들이 각막 기증의 해로 선포하고 난 뒤 장기기증이 늘어났다. 굉장히 감사한 분들이다.

또 부산상고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실업계 특별전형을 마련해 주셔서 저 같은 실업계 출신들도 대학 진학을 할 수 있게 됐다. 제가 실업계 특별전형으로 대학교(경희대 언론정보학과)에 입학하진 않았지만, 그런 제도적 틀은 항상 열려있어야 한다고 본다. (노 전 대통령처럼) 후배들에게 사랑과 은혜를 나눠주는 게 사회가 돌아가는 기본 메커니즘이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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