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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유적지도 타깃" 트럼프 엄포에 "전쟁 범죄" 비난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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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유적지도 타깃" 트럼프 엄포에 "전쟁 범죄" 비난 봇물

입력
2020.01.06 19:05
수정
2020.01.06 19:2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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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공격시 ‘트윗’으로 美의회 통보도 주장… 민주당 반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5일 플로리다주에서 휴가를 마치고 부인 멜라니아(오른쪽) 여사, 아들 배런과 함께 백악관으로 돌아오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5일 플로리다주에서 휴가를 마치고 부인 멜라니아(오른쪽) 여사, 아들 배런과 함께 백악관으로 돌아오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이란 2인자’를 제거한 미국의 전격적인 대(對)이란 강경 드라이브가 중동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갖가지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보복 공격 시 이란의 문화유적지를 공격 표적으로 삼겠다고 경고한 것을 두고 반달리즘이자 ‘전쟁범죄’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보복 공격을 할 경우 52곳을 반격하겠다고 경고한 뒤 “일부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이란과 이란 문화에 중요하다”면서 “그 표적들을 매우 빠르고 강력하게 타격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문화에 중요한 곳’이란 언급은 문화유적지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고,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을 “이슬람국가(IS)나 히틀러 같은 테러분자”라고 강력 비난했다. 미국 등 서방 세계가 과거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인 탈레반이나 IS가 이슬람교 이외의 고대 유물을 우상숭배라며 파괴한 것을 반달리즘으로 맹비난한 것에 빗대 미국에 화살을 돌린 것이다.

페르시아제국의 후예인 이란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24곳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이 실제 이를 공격한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불 수 있다. 논란이 커지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화유적지를 공격 대상으로 추구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다른 인터뷰에서도 “목표물은 합법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플로리다에서 휴가를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그들은 우리 국민을 죽이는 것이 허용돼 있다. 우리 국민을 고문하고 불구를 만들고 노변 폭탄으로 날려버리는 것도 허용돼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의 문화유적지를 건드리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미국인을 공격하면 이란의 문화유적지 타격으로 맞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문화유적 공격은 국제법에 따른 전쟁범죄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949년 제네바협약은 역사 유적지에 대한 적대적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했고, 1954년 문화유적지 보호를 위한 헤이그협약은 문화유적지에 공격을 전쟁범죄로 규정했다. 실제 2012년 아프리카 말리의 팀북투 사원을 파괴한 이슬람 무장단체 리더가 2015년 문화유적 파괴 혐의로 처음으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돼 9년형을 선고받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2017년 문화유산 파괴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바 있다. CNN방송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정부 내에서도 반대가 많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 사용 후 의회에 통보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트윗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도 논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이 미디어 게시물은 이란이 미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반격할 것임을 의회에 통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법적 고지는 요구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공된다”고 썼다.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은 대통령이 무력 사용 후 48시간 이내 의회 보고, 60일 내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30일 이내 병력 철수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전쟁 선포권은 의회가 갖지만 긴급한 상황을 고려해 대통령에게 재량권을 부여한 것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전쟁권한법을 폐지한 것처럼 보인다”고 반발했다.

사실 미국 내에선 지난 3일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에 대한 전격적인 제거 작전 직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그를 제거한 이유로 미국에 대한 임박한 공격 모의를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결정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 결정에 따른 전쟁 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민주당은 하원에서 대통령의 군사행동을 제한하는 법안 발의에 나섰다. 의회의 추가 조처 없이는 행정부의 대이란 군사 교전을 30일 이내에 끝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행정부가 헌법이 부여한 의회의 전쟁권한을 존중하지 않은 채 의회와 상의 없이 이런 행동을 취한 것에 우려한다”면서 이번주 내 법안의 발의ㆍ표결을 공언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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