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봉 감독 “전세계를 돌고 마침내 미국 도착” 역사적 의미 짚은 소감
NYT “모두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 한국영화 美진출 기폭제 기대감
봉준호(가운데) 감독이 5일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이후 출연배우 이정은(왼쪽) 송강호와 함께 기자실에서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이제 아카데미영화상만 남았다.’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지난해 5월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이후 한국 영화 역사를 계속 써 내려가고 있다. 5일 오후(현지시간) 한국영화 최초로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아카데미상 수상 전망을 밝혔다. 미국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카데미 가는 길 평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들이 수상자(작)를 선정하는 골든글로브상은 아카데미상에 이어 할리우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상으로 꼽힌다. 아카데미상을 예측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여겨지기도 한다.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주요 부문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골든글로브상 수상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언론에서는 다음달 9일 열리는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카데미상 수상자(작)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 6,000여명의 투표로 선정된다.

‘기생충’의 골든글로브상 수상은 시상식 전부터 예고됐다. 할리우드리포터와 버라이어티 등 미국 연예 전문 매체는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을 크게 봤다. 외국어영화상 수상은 확실하며 감독상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기생충’은 골든글로브상 감독상과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에 올랐었다.

봉 감독은 이날 시상식 전 열린 레드카펫 행사 인터뷰에서 “이 영화(‘기생충’)를 가지고 전 세계를 돌고 마침내 미국에, 골든글로브상에 도착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수상과 관계 없이 시상식을 즐기고 싶다”면서 “한국 영화 산업 입장에서는 (후보 지명이) 최초이니까, 그런 역사적 의미도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시상식 이후 인터뷰에서는 ‘기생충’이 여러 나라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리라고는 예상 못 했다”며 “가난한 자와 부자라는 보편적인 이야기라 어느 나라에서라도 재미있게 볼 영화라는 걸 이제 깨달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봉준호(왼쪽) 감독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골든글로브상 시상식 이후 기자실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하며 서로의 등을 두드려 주고 있다. 두 사람은 감독상과 각본상을 놓고 경쟁했고, 타란티노 감독이 각본상을 수상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한국 영화 세계화 박차

골든글로브상 수상은 한국 영화 산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상을 발판 삼아 한국 영화가 미국 시장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한국 영화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는데 이번에야 길이 열린 셈”이라며 “스크린 독과점 문제 해결 등을 전제로 한국 영화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봉 감독이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 앞서 열린 여러 행사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5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골든글로브상 파티: 모두가 ‘기생충’을 만든 사람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기사에 따르면 봉 감독은 할리우드 각종 행사에서 현지 영화인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NYT는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가 주최한 브런치 행사에서 “봉 감독은 걸음을 옮기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고 보도했다. 봉 감독이 할리우드 영화인들과 협업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은 할리우드의 높은 벽을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봉 감독은 감독상 유력 후보로 꼽혔으나 수상은 불발에 그쳤다. 감독상은 ‘1917’의 샘 멘데스 감독에게 돌아갔다. ‘1917’은 작품상도 받았다. 골든글로브상 수상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 영화계의 대단한 성취로 평가해야 하나 한국 영화 산업의 고질병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다. 김효정 영화평론가는 “한국 영화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생충’의 수상이 역설적인 상징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계 미국 배우 겸 가수 아콰피나가 5일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영화 ‘페어웰’로 뮤지컬ㆍ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후 기자실에서 트로피를 치켜들고 환호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아콰피나 여우주연상… ‘코리안 데이’

이날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한국계 미국 배우 겸 가수 아콰피나는 ‘페어웰’로 뮤지컬ㆍ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부문에서 아시아계가 상을 받기는 아콰피나가 처음이다. 아콰피나는 ‘페어웰’에서 중국에 사는 할머니의 암을 비밀로 해야 하는 중국계 미국 여성을 연기했다. 아콰피나는 “(수상은) 매우 신나고 놀라운 일”이라며 “(기쁨이) 시작에 불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한국계 캐나다 배우 샌드라 오가 ‘킬링 이브’로 TV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기생충’은 골든글로브상 수상으로 해외 영화제와 영화상에서 50개가량의 상을 받는 진기록을 세우고 있기도 하다. ‘기생충’은 칸영화제를 포함해 해외 53개 영화제에 초청돼 시드니영화제(최고상)와 로카르노영화제(송강호 엑설런스 어워드), 벤쿠버영화제(관객상) 등 15개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전미영화평론가협회상(작품상, 각본상), 뉴욕영화평론가협회상(외국어영화상), 로스앤젤레스영화평론가협회상(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등 30여개 시상식에서도 상을 받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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