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문 앞 도로에 경사가 져서 차량이 내리막길에 들어서면 속도가 급속히 빨라집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이라지만 과속하거나 신호위반 차량이 흔했죠.”(서울 성동구 옥정초등학교 학교보안관 A씨)
지난 2일 오전 서울 성동구 옥정초 정문 앞. 초등학생들이 등하교 시 꼭 지나야 하는 경사진 2차선 도로를 차량들이 쉴새 없이 통과했다. 평소 차량 통행이 많은 이곳은 성동구가 파악한 사고위험지점이다. 구가 2017년부터 수집한 6,300건이 넘는 교통사고 빅데이터와 학생ㆍ학부모 의견을 들어 관내 통학로 사고위험군으로 추린 7개교 중 하나다.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최소한의 표지판과 노면 표시만 있던 이곳이 최근 많이 달라졌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민식이법’(스쿨존 단속카메라와 신호기 설치 의무화)보다 앞서 자체 예산을 확보한 구가 이른바 ‘성동형 스마트횡단보도’를 조성하면서다.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고, 한번 더 주의할 수밖에 없도록 물리적 환경을 바꾼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입힌 성동형 스마트횡단보도는 정지선을 위반한 차량을 폐쇄회로(CC) TV로 인식해 전광판에 주의 문구를 띄우는 방식으로 운전자에 알리고, 보행자에게도 음성 안내를 들려준다. 어두울 때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감지해 조명을 쏴주는 ‘집중조명등’과 멀리서도 운전자가 인지할 수 있게 조명을 매립한 ‘활주로형 유도등’ 등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운전자의 주의운전에만 의존할 때보다 교통사고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구 청사 앞에 스마트횡단보도를 시범운영한 결과 지난해 9월 마지막 한 주 동안 정지선 위반 차량이 전달 같은 기간보다 77.8%나 급감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지난해까지 관내 21개 초등학교 중 12개교에 통학로 안전사업을 실시했다”며 “올해는 나머지 9개교에 대한 사업을 완료해 관내 전체 초등학교의 안전한 통학로 조성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한 건씩 관내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나는 동작구도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 강화에 발벗고 나섰다. 지난달 대림초등학교에 마련한 ‘스마트보행로’가 그 시작이다. 대림초 주변에서는 최근 5년간 어린이 교통사고만 57건이 발생했다. 학교 인근 차량 통행이 많은데다 대형 공사장이 있고, 신호등조차 없는 횡단보도가 있어 아이들이 상시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이에 작년 9월 학부모가 중심이 된 주민협의체 ‘도담도담학교로(路) 연구소’가 구성됐다. 대림초 학생 940명과 통학로를 직접 지도에 그리고, 위험요소를 표시하면서 통학로 안전을 높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 5곳에 IoT 기반 교통시설물을 설치했다. 센서로 보행자와 차량을 인식해 ‘보행자 주의’, ‘차량 접근 중’이라는 알림 문구가 뜨고, 멀리서 달려오는 차량 속도를 표시해 운전자 스스로 속도를 줄일 수 있도록 한 ‘스마트 제한속도 알림이’ 등이다.
조우연 대림초 녹색학부모회장은 “스마트보행로 조성 후 차량 속도가 실제로 줄어든 게 눈에 보인다”며 “아이들도 횡단보도 앞에서는 뛰지 않고, 차량 진입 문구가 뜨는 걸 보고 조심하더라”고 말했다. 구는 올해 2억3,000만원을 들여 9개교로 스마트보행로를 확대할 예정이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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