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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정신질환자들 풀려났다? 현실은 “탈수용화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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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정신질환자들 풀려났다? 현실은 “탈수용화 미미”

입력
2020.01.07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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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비자의입원(강제입원) 조건이 까다로워진 2017년 이후, 이른바 ‘위험한 환자’들이 병원에서 대거 풀려나 사회적 문제가 됐다는 온라인상의 여론과 달리 ‘탈(脫)수용화’가 미미한 수준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퇴원한 환자가 사회 정착에 실패하고 재입원하는 현상이 새 입원제도 시행 이후에도 확인된 것이다. 정부가 정신건강복지법(2016년)만 개정하고 주거지원 등 정신질환자를 위한 제도적ㆍ사회적 지원기반이 부족한 현실은 방치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모습. 최근 대학병원들도 ‘돈이 안 되는’ 입원병동을 줄이면서 증상이 일시적으로 심각해진 급성기 환자들이 입원해 증상을 가라앉힐 수 있는 의료기관이 줄어들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모습. 최근 대학병원들도 ‘돈이 안 되는’ 입원병동을 줄이면서 증상이 일시적으로 심각해진 급성기 환자들이 입원해 증상을 가라앉힐 수 있는 의료기관이 줄어들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정신의학계의 세계적 흐름인 탈수용화는 자해ㆍ타해 위험이 없는 환자들이 병원 등 수용기관에서 퇴원해 지역사회에서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거주하며 치료를 받는 개념이다. 이에 따라 기존 정신보건법을 전면개정해 만들어진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선 강제입원을 자해ㆍ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만 허용하고 반드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적절성 여부를 평가해 입원 지속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등 강제입원 절차가 이전보다 어려워졌다.

그러나 6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정신질환자 비자의입원제도의 입법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지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이 정책목표인 탈수용화를 실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대형 정신의료기관에서 퇴원한 환자가 지역의 소규모 민간 정신의료기관으로 옮겨 입원하는 등 ‘횡(橫)수용화’ 등 부작용이 나타난 상황이다. 가족이나 의료진의 설득에 따라 입원형태만 강제입원에서 자의입원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실제로 입법조사처가 조현병 환자의 퇴원 90일 이내 동일 병원 재입원율을 분석한 결과, 새 입원제도가 시행된 2017년 이전이나 이후나 매달 30~40%대를 유지해 큰 차이가 없었다. 퇴원 이후 6개월간 월 1회 이상 외래진료를 받은 환자 비율을 뜻하는 지속관리율 역시 2017년 일시적으로 급상승(40% 근접)했다가 이전 기간과 마찬가지인 월 20~30%대로 돌아왔다.

이만우 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내역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는 한계 때문에 모든 퇴원 환자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시 입원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나머지 60%도 어떤 식으로든 수용돼 있을 것”이라면서 “정신질환자가 다른 병명으로 입원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정신질환 당사자들이 치료를 하면서 그린 그림들이 16일 오전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정신질환 당사자 시민단체 '파도손'에 놓여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2019-10-16(한국일보)
정신질환 당사자들이 치료를 하면서 그린 그림들이 16일 오전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정신질환 당사자 시민단체 '파도손'에 놓여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2019-10-16(한국일보)

보고서는 주거지원 등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정착을 돕는 사회적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에 탈수용화가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가 실시한 환자ㆍ 환자 가족ㆍ의료진ㆍ정책전문가 면담에서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의 모든 초점이 어떻게 강제입원을 합법적으로 할지에 맞춰져 있다”면서 “지역사회에서 통합이 되도록 하기 위한 내용은 전혀 없다”라고 주장했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담긴 복지지원 관련 조항은 권리ㆍ의무 규정이 아니라 목표ㆍ재정투입에 근거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만우 팀장은 정신질환자가 사회에 정착하기 쉽도록 주거지 제공 등 각종 지원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강제입원 요건을 완화해 (증상이 나타난) 급성기 환자들에 대해서는 치료받을 권리를 강화하되 그 객관성은 (판사가 판단하는)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해 확보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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