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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드론 전쟁

입력
2020.01.06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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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제거 작전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진 ‘MQ-9 리퍼’ 드론의 동일 기종 모습. 연합뉴스
미군이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제거 작전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진 ‘MQ-9 리퍼’ 드론의 동일 기종 모습. 연합뉴스

드론(Drone)은 무선 전파로 조종되는 무인 항공기를 가리킨다. 영어 단어로는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라는 뜻과 함께 ‘(꿀벌 중) 수벌’ 등의 뜻이 적혀 있다. 단어의 뜻이 소리를 가리키는 것에서 소리의 주체를 가리키는 쪽으로 확대되면서 무인 항공기도 지칭하게 된 듯하다. 실제 드론 엔진음은 프로펠러식부터 제트 엔진에 이르기까지 가볍게 웅웅거리는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군사용 드론은 이제 정확한 지리정보, 위성항법시스템(GPS) 및 컴퓨터 원격조종 기술, 장착 무기의 발전 등에 따라 가공할 살상무기로 진화했다.

□ 현대적인 공격용 드론이 실전에 투입된 시점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2001년 ‘9ㆍ11 테러’ 후 미군이 ‘코소보 전쟁’에 투입했던 정찰용 무인 항공기 ‘RQ-1 프레데터’를 공대지 미사일 ‘헬파이어(AGM-114)’ 발사가 가능한 ‘MQ-1 프레데터’로 개량해 아프가니스탄 전장에 투입한 게 본격적인 전개의 시작으로 본다. 이후 프레데터는 중동과 파키스탄, 소말리아, 예멘 등의 전장에서 부시 행정부 때 57번, 오바마 행정부 때 563번 공습을 감행했다고 한다.

□ 프레데터는 ‘학살자’라는 오명도 쓰게 됐다. 오인 폭격 등으로 1,000명이 넘는 민간인 사망자를 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다 정교하고 강력한 모델이 등장했는데, 그게 바로 ‘MQ-9 리퍼’다. 암살자를 뜻하는 ‘헌터 킬러’로도 불리는 리퍼는 길이 11m, 전폭 20m의 대형 드론이다. 미사일 14발을 탑재하고 7,500m 상공에서 14시간 비행한다. 시속 580Km이며, 항속거리는 5,926Km로 미국 본토에서 일본까지 타격 가능하다. 특히 최첨단 관측ㆍ표적 확보장치(MSTS)가 장착돼 핀셋처럼 표적만 정밀 타격할 수 있다.

□ 최근 바그다드 공항에서 감행된 리퍼 공습은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정확히 제거함으로써 리퍼의 가공할 성능과 함께 현대전의 새로운 양상을 여실히 보여 줬다. 새로운 양상이라는 건 우선 현대전이 드론처럼 무인화한 사실상의 로봇 전쟁 시대로 진입했다는 것이고, 다른 측면에선 무기의 진화로 국가 간 전쟁도 과거 전면전에 비해 정치적ㆍ재정적 부담 없이 훨씬 ‘간편하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리퍼가 배치됐다니, ‘간편한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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