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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대 판매마저 깨진 한국차, 구조 개편 절실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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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대 판매마저 깨진 한국차, 구조 개편 절실한데….

입력
2020.01.07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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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신시 인주면에 위치한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로봇들이 일렬로 배치돼 차량 용접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충남 아신시 인주면에 위치한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로봇들이 일렬로 배치돼 차량 용접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901만대→792만대.

한국 자동차 산업이 추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3.8% 감소하며 792만대로 집계됐다. 2015년 처음으로 900만대 판매고를 올린 후 매년 급감하며 급기야 800만대 벽마저 깨진 것이다.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어온 산업 특성상 수익도, 생산시설 효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 판매대수 확보는 필수다. 정부뿐만 아니라 노사가 합심해 대대적인 산업구조 개편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개 완성차 업체가 내수와 해외 시장에서 판매한 규모(792만812대)는 2015년 정점을 찍었던 901만1,240만대에 비해 12.1%(109만428대)나 감소했다. 이 기간 내수 시장 판매는 소폭 감소(158만대→153만대)에 그쳐, 해외 시장에서의 부진이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실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 한국차 판매 점유율은 2015년 7.9%에서 지난해 (11월 누적 평균) 4.5%로 급감했고, 미국 시장에서도 전년에 비해 0.2%포인트 빠진 7.8%를 기록했다. 유럽에서만 유지(6.1→6.8%)를 했지만, 미국계 회사인 GM이 철수하며 낮춘 점유율(미국 14.1→6.4%)을 감안하면 좋은 실적을 거뒀다고 보기 어렵다.

[저작권 한국일보]국내 5개 완성차 업체 판매 현황. 김문중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국내 5개 완성차 업체 판매 현황. 김문중 기자

중국 시장에선 한국과 중국차(44.0→38.2%) 판매가 부진한 자리를 일본(15.9→22.2%)과 유럽(21.1→26.4%)차가 메웠다. 해외 시장에서 국산차가 주로 담당해왔던 저가차 수요를 이미 중국 브랜드들이 앗아간 데다, 일본 유럽 등의 프리미엄 업체들이 친환경차 등 고급차뿐만 아니라 중·저가차 수요마저 가져가고 있는 셈이다. 김유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선임 연구원은 “경쟁 상대인 일본차가 4년 연속(2014~2018년) 수출 증가세에 있는 것만 봐도 현재 한국차의 위치는 심각하다”고 말했다.

1인 근로자가 보다 많은 차를 생산해야 효율성을 확보하는 한국식 박리다매 판매구조가 깨지다 보니 업체들의 영업이익률 급감은 현실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률만 봐도 2011년(10.3%) 이후 연속 하락해 2018년에는 반의 반토막(2.4%)이 났다.

부가가치가 높은 차를 생산ㆍ판매하는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그마저 녹록하지 않다. 생산시설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 등을 거치면서 400만대에서 더 이상 늘지 않아 긍정적이지만, 효율성 낮은 고임금 인력 구조 탓에 수익을 더 이상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조사연구실장이 2018년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분석한 ‘자동차 산업 경쟁력 현황과 발전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5개사의 매출 대비 임금 비중은 평균 12.1%로, 도요타(5.8%)나 폭스바겐(10.5%)보다 많게는 2배 이상 높았고, 평균임금(1인당 8,915만원)도 도요타(8,484만원)와 폭스바겐(8,892만원)을 넘어섰다.

이런 고임금의 결과는 연구개발(R&D) 투자 부족으로 이어진다. 2018년 현대ㆍ기아차 R&D 투자비는 도요타(95억달러ㆍ매출 대비 3.5%) 폭스바겐(161억달러ㆍ5.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40억달러(2.9%)에 불과했다.

그나마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가 본격화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선호하는 스포츠 유틸리티차 라인업 강화, 수소전기차ㆍ전용 플랫폼을 가진 전기차 등 전동화 차량 집중 생산, 모빌리티 사업 확대 등 수익 다각화 전략을 펼치며 극복 방안을 내놓은 반면, 나머지 3개사(르노삼성, 한국GM, 쌍용)는 사실상 뚜렷한 해결 방안도 없다.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들 3개사는 노사갈등까지 극심해지며 국내 생산시설의 경쟁력마저 잃고 있다. 일본 도요타 노조가 올해 사측과 임금협상에서 인상률을 낮추는 차등임금제를 도입하자고 요구할 예정인 것과 대조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격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외국계 본사가 있는 업체들은 기술력 확보뿐만 아니라 본사 생산물량을 최대한 얻어낼 수 있도록 대대적인 인력 개편 등 국내 생산시설의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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