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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하와이 미사일 경보(1.13)

입력
2020.01.13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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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3일 오전 하와이 시민들을 패닉에 빠지게 한 미사일 공격 비상 경보 메시지. 위키피디아
2018년 1월 13일 오전 하와이 시민들을 패닉에 빠지게 한 미사일 공격 비상 경보 메시지. 위키피디아

2018년 1월 13일 오전 8시 7분 하와이 전역에 비상경보가 발령됐다. TVᆞ라디오 공중파 방송이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하와이를 향해 탄도미사일이 발사됐으니 신속히 대피하라’는 자막을 내보냈고,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와 트위터 등 SNS로도 같은 내용의 메시지가 발송됐다. 긴박한 내용만큼이나 다급한 단문으로 전달된 대문자 알파벳 메시지의 끝에는 ‘이건 훈련상황이 아닙니다(THIS IS NOT A DRILL)’라는 섬뜩한 문장이 달려 있었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과 통신위원회(FCC),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국가비상사태에 한해 발령하는 긴급경보시스템(EAS)에 따른 자동경보였다.

북한 핵 개발 뉴스가 연일 이어지며 북미 긴장과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던 때였다. 북한은 2017년 한 해 동안 모두 17차례 미사일을 발사했고, 미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으로 미국 전역이 사거리 안에 들게 됐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미 본토 불바다’ 발언이 나왔고,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라는 표현으로 응수한 직후였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성공 소식이 알려진 것은 그 해 9월 3일이었다.

‘실제 상황’이라는 미사일 공격 경보에 하와이 시민들이 패닉에 빠졌다. 이어진 방송은 ‘미 태평양사령부가 미사일 발사 사실을 감지했고, 수 분 내 하와이 육지나 바다에 미사일이 도달할 전망(…) 신속히 건물 안으로 대피하되 창가는 피하라’는 매뉴얼에 따른 메시지를 반복했다. 진위 파악을 위한 전화, 친지에게 마지막 안부를 전하려는 전화 등으로 유ㆍ무선 통신이 마비될 지경이었고, 차량 운행을 중단하고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에 따라 주요 도로들도 일시에 주차장으로 변했다.

첫 경보가 오류였다는 소식을 알리는 2차 경보는 38분 뒤인 오전 8시 45분에 발송됐다. ‘하와이 주에 대한 미사일 위협도 위험도 없습니다. 반복합니다. 경보 오류였습니다.’ 물론 그건 소문자였다. 조사결과 하와이 재난관리청 책임자의 시험경보 지시를 10년 차 직원 한 명이 오인하면서 빚어진 일이었다. 담당자 및 책임자는 문책 해임됐다. 하지만 그 오인 경보 사태는 세계 핵 안보 및 대응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 토대 위에 있는지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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