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자 군터 폰 하겐스는 자신이 개발한 사체 방부 기법 ‘플라스티네이션’ 표본으로 '바디월드'라는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bodyworlds.com

‘플라스티네이션(Plastination)’이란 방부용액 속에 사체를 특정 형태로 고정한 뒤 해부ᆞ절개해, 물ᆞ지방 성분을 실리콘이나 에폭시 등 반응성 플라스틱으로 교체해서 사체를 반영구적으로 보존 처리하는 해부학적 기법이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유기생명체의 사체를 거푸집 삼아 외부를 투명 방부 처리하고, 속을 특수화학용액으로 주조하는 것이다. 그 기법을 1977년 폴란드 출신의 독일 해부학자 군터 폰 하겐스(Gunter von Hagens, 1945.1.10~)가 고안해 이듬해 특허를 획득했다.

동독 예나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 그는 70년 서독으로 망명, 뤼벡대와 하이델베르크대에서 75년 의학 박사 학위를 받고, 2004년까지 해부학과 생리학을 강의했다. 그가 플라스티네이션 기법을 고안한 것도 강의 편의를 위해서였다. 양서류와 토끼 등 소형 포유류로 시작한 그는 90년대 초 인체 플라스티네이션에 성공했고, 93년 하이델베르크에 플라스티네이션 전문 연구소를 설립했다. 96년 방문교수 신분으로 중국 다롄을 방문한 뒤 현지에 플라스티네이션 센터를 개설, 본격적으로 해부 인체를 양산했다. 표정이 있는 개별적 존재의 신체 부위별 골격과 근육, 장기와 혈관이 마치 플라스틱 표본처럼 변형된 거였다. 특수 가공 과정을 거쳤다지만 엄밀히 말하면 시체였다.

그의 플라스티네이션 ‘작품’은 1995년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바디월드(Body Worlds)’라는 제목으로 전시되며, 엄청난 충격과 화제를 낳았고, 한국 전시는 2002~03년 국립서울과학관(현 어린이과학관)에서 열렸다.

전시 목적은 물론 과학적 지평 확대였지만, 한편으로는 생명과학과 생명윤리, 육체와 유기물의 경계에 대한 형이상학적 질문들을 던지게 했다. 그는 모두 기증받은 시신으로 작업해왔다고 주장했지만 사형수 시신을 활용했다거나 돈으로 생존자의 시신 기증을 종용했다는 등의 의혹과 법적ㆍ윤리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현재 그의 전시는 무척 보수적인 생명윤리를 지닌 가톨릭 도시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열리고 있다.

하겐스는 2011년 1월 파킨슨병 투병 사실을 공개하며 “내가 숨지면 아내가 내 육체를 플라스티네이션해서 영구 전시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윤필 선임기자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