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미국프로농구(NBA)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토론토 랩터스의 유니폼을 입었던 빈스 카터(43ㆍ애틀랜타 호크스)의 시계는 2020년에도 돌아갔다.
카터는 5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스테이트팜 아레나에서 열린 2019~20 NBA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홈 경기에서 1쿼터 종료 6분 30초 전 브로노 페르난도의 교체 선수로 코트를 밟았다. NBA 사상 처음으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2010년대, 2020년대를 모두 경험한 선수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역사적인 현장을 지킨 애틀랜타 홈 팬들은 카터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NBA 홈페이지 NBA닷컴, ESPN 등 현지 언론은 “다른 10년대를 네 번 경험한 최초의 선수”라고 전했다. 카터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애틀랜타와 1년 연장 계약을 하며 NBA 최장 기간인 통산 22번째 시즌을 소화 중이다. ESPN은 카터가 현역으로 뛴 시간을 “고급 와인의 숙성 기간”이라고 빗대 표현했다.
ESPN에 따르면 카터가 NBA에 데뷔(1999년)한 이후 태어나 이번 시즌 1분이라도 코트를 밟은 선수는 ‘슬로베니아 특급’ 루카 돈치치(댈러스 매버릭스)를 포함해 36명이나 된다. 또 카터는 미국 4대 프로스포츠 통틀어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간 5명 중 1명이다. 나머지 4명은 미국프로풋볼(NFL)의 아담 비나티에리(48),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패트릭 말루(41), 조 손튼(41), 즈디노 차라(43)다.
카터는 토론토를 시작으로 뉴저지 네츠, 올랜도 매직, 피닉스 선즈, 댈러스 매버릭스, 멤피스 그리즐리스, 새크라멘토 킹스를 거쳐 지난 시즌부터 애틀랜타에서 뛰었다. 새해 첫 경기에서 18분을 뛰며 3점 3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한 그의 이번 시즌 성적은 28경기 출전에 평균 5.3점 2리바운드 1어시스트다.
1999년 신인왕 출신인 카터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드림팀’의 일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올스타에 8차례 선정됐다. 특히 토론토 소속이던 2000년 NBA 올스타전 덩크슛 콘테스트 당시 골대 앞에서 360도를 회전한 뒤 ‘윈드밀 덩크(손을 풍차처럼 휘돌려 시도하는 덩크)’를 꽂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우승했다. 화려한 덩크슛에 그는 ‘에어 캐나다’로 인기를 끌었다.
22시즌 동안 코트를 누비면서 우승 반지가 없는 카터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는 따라올 자가 없었다. 카터는 경기 당일 3~4시간 먼저 경기장에 나가 오랜 시간 쌓아온 개인 루틴대로 몸을 푼다. 식단 역시 초콜릿이나 쿠키 등 단 음식은 입에 대지 않고, 가끔씩 햄버거가 먹고 싶을 때는 고기 부분만 먹는다. 냉장고는 음식물 대신 물로 가득 채워놓고 이온음료와 크랜베리 주스도 일부 넣어둔다.
성실함으로 NBA의 역사를 장식한 카터는 인디애나전을 116-111, 5점차 승리로 장식한 뒤 “현역 생활을 돌이켜보면 마이클 조던, 찰스 바클리, 하킴 올라주원 등과 1990년대에 같이 뛰었지만 중요한 사실은 나는 여전히 선수로 뛰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 동안 누구도 볼 수 없었던 전인미답의 경지에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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