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때와 달리 한동훈 등 대검간부 10명 취임식 참석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일 “이제 검찰 안에서도 변화와 개혁을 향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는 취임 일성을 밝혔다. 검찰개혁을 위해 검찰 안팎의 결단과 호응을 강조하며 “검찰을 개혁의 동반자로 삼겠다”고도 했다. 추 장관 임명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위한 첫 시동 격인 인사 물갈이가 예고되면서 첫 검찰 고위직 사의 표명도 나왔다. 검찰 고위직의 줄사표가 나올 전망이다.
추 장관은 이날 법무부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검찰개혁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면서 문재인 정부 핵심 과제인 검찰개혁 완수 의지를 보였다. ‘검찰개혁’을 8번이나 언급하며 “국민의 요구와 지지는 역대 최고조”라고 했다. 추 장관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법과 본회의 표결을 앞둔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의 차질 없는 후속조치 이행도 다짐했다. 그는 “시행령 정비는 물론 조직문화와 관행까지, 뿌리부터 바꾸는 ‘개혁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내부의 자체 쇄신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추 장관은 “검찰개혁은 그 어려움만큼이나 외부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며 ‘줄탁동시(啐啄同時)’를 인용했다. 병아리가 알아서 깨어날 때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알 안팎에서 함께 쪼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검찰을 “개혁의 동반자로 삼겠다”고 강조했고, “소통과 경청”을 약속했다. 전임 박상기ㆍ조국 장관 재임 때는 검찰을 개혁대상으로만 치부하면서 수사권 조정 법안 논의 등에서 ‘검찰 패싱’ 논란이 일었다.
추 장관은 약 20분 동안의 짧은 취임식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동반자’ 발언 뒤 검찰을 향해 “여러분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우리 스스로 인권 옹호관이 된다는 각오로 업무에 임해달라”고 박수 호응을 요청하더니, 박수가 터지자 “이 소리가 녹음되니 여러분 꼭 지켜야 한다”는 농담 섞인 압박성 발언도 했다. ‘인권’을 거듭 짚은 추 장관이 법무부 탈(脫)검찰화는 물론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도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하자 검찰 일각에선 “인권과 민주적 통제 강조는 강력한 검찰 장악력을 발휘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반응하기도 했다.
이날 취임식 장면은 전임 조 전 장관 취임식 때와 딴판이었다. 대검찰청 강남일 차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 한동훈 반부패ㆍ강력부장, 노정연 공판송무부장, 이두봉 과학수사부장 등 10명이 참석했다. 조 전 장관 취임식 때는 법무부가 대검 간부를 초청하지 않았다. ‘조국 일가’ 수사가 진행 중일 때다. 다만 윤석열 검찰총장은 관례대로 이날도 불참했다.
◇고검장 박균택 사의표명… 고위직 줄사표 전망
이날 검찰 고위간부(고검장)의 첫 사의 표명도 확인됐다. 박균택 법무연수원장(54ㆍ사법연수원 21기)은 추 장관 임명일인 2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 예산과 인사를 주무르는 요직인 검찰국장에 이어 광주고검장을 지냈다. 지난해 7월 두 기수 후배인 윤 총장이 임명되자 관행대로 물러나려다 “조직 안정을 위해 남아 달라”는 요청에 남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 청와대가 고강도 개혁 드라이브를 걸며 큰 폭의 검찰 인사를 예고하자 물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6일 단행될 검사장 인사를 앞두고 고위직의 줄사표가 나올 전망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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