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해주신 팬들을 위해서라도, 저 자신을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태극 마크를 달고 달리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내달 한국체대 졸업은 앞둔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23)는 3일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서울시청 쇼트트랙팀 입단식’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ㆍ은ㆍ동메달을 각 1개씩 따내며 이 종목 간판으로 우뚝 섰다. 2018 평창올림픽에서도 여자 3,000m계주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심석희는 그러나 대표팀 코치의 폭력ㆍ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 법정 싸움과 훈련을 병행하며 힘든 시기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허리, 발목 부상이 겹치면서 지난해 태극 마크를 반납하기도 했다. 한동안 회복에 전념했던 심석희는 당당하게 대중 앞에 다시 섰다.
다음달 한국체대를 졸업하는 심석희는 서울시청에 새 둥지를 틀고 선수 생활 2막을 시작한다. 먼저, 오는 4월 열리는 2020~21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대표팀 재승선을 노린다. 일단 2월 초 동계 체전에서 실업팀 선수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하루 6시간씩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올림픽을 전후해서는 하루 8시간씩 훈련했다”면서 “아직 몸 상태가 완전히 올라오진 못했지만, 대회에 맞춰 경기력을 더 끌어올리겠다”라고 말했다.
물론 지난 1년간의 공백에 대한 걱정도 있다고 했다. 심석희는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라며 “하지만 너무 걱정만 한다면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 편히 경기를 치르려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쇼트트랙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내가 이 운동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 알 수 있어서 기뻤다”고 쇼트트랙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얼굴이 많이 밝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기분 좋다”라며 웃었다.
다른 실업팀들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청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많은 곳에서도 좋은 훈련 여건을 제시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서울시청이) 선수 입장에서 많이 고민하고 지지해 주셨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 실업 유니폼을 입는다. 실업 선수로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남다른 각오와 다짐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심석희는 “다시 빙판에 서기까지 너무 오래 걸려서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죄송하다”면서 “끝까지 믿고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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