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대형 고래 사체 부검결과 내장에서 그물조각과 길이 1m가량의 낚싯줄이 발견됐다. 참고래 사체 연구진은 해양쓰레기가 일부 발견됐지만 고래의 직접적인 사인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앞으로 한 달간 추가 조사를 진행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
제주대와 서울대, 인하대, 한양대, 충남대, 세계자연기금(WWF) 등 고래 관련 전문가 30여명은 3일 오전 제주시 한림항에서 고래 부검을 진행했다. 이 참고래는 몸길이 12.6m, 무게 12톤으로 부패가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였지만 외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부검은 육안 확인을 시작으로 복강을 제거해 가스를 빼낸 뒤 절개 부분을 결정한 뒤 지방과 견갑골을 제거하고 장기 적체가 이뤄졌다.
참고래 장기를 꺼내 살펴본 결과 위장에서 길이 약 1m의 낚싯줄 1가닥과 손바닥만한 그물 조각 1개가 나오면서 해양쓰레기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당초 고래가 해양쓰레기를 먹고 죽었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죽음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고래가 플랑크톤 등 먹이를 섭취한 흔적도 있어 굶어 죽었을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이날 고래 장기에서 조직을 떼어내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기생충과 질병, 잔류유기물오염물질 검사 등을 진행한다. 해당 검사는 별도로 진행돼 약 한 달 뒤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부검 진행 이후 남은 사체는 전남 장흥에 있는 의료폐기물 전문 소각장으로 옮겨져 폐기 처분된다. 남은 골격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 골격 표본으로 제작된다.
이 고래는 지난달 22일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북서쪽 약 40㎞ 해상에서 여수 선적 외끌이 저인망 어선 H호가 발견했다. 당초 밍크고래로 추정됐지만 DNA 조사 결과 참고래로 최종 확인됐다. 참고래는 태어나자마자 몸길이가 12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에 발견된 참고래는 태어난 지 1년도 채 안 된 고래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2004년 여름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 가문동 해안에서 길이 14m에 달하는 브라이드고래 사체가 발견됐지만 살점이 다 떨어졌을 만큼 부패 정도가 심해 자세한 연구는 이뤄지지 못했다. 해당 고래는 골격 표본으로 제작돼 제주시 민속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 관계자는 “바이러스나 세균, 기생충 감염, 오염 물질 축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체에서 적출된 장기와 혈액에 대한 샘플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정확한 사인은 앞으로 한 달 뒤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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