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크리스마스는 1년 중 가장 큰 명절이다. 내가 있는 노르웨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1주일 전부터, 대부분의 사람은 굉장히 바빠진다. 이때쯤이면, 일은 좀 정리하고 천천히 가는 분위기가 된다. 많은 사람은 이미 크리스마스 휴가를 내기도 하고, 학교 역시 크리스마스 휴가를 위해 잠시 쉰다. 회사의 연말 파티나 비즈니스와 관련된 송년회 등은 이미 다 마친 상태다. 바쁜 이유는 가족과 가까운 친척, 친구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쇼핑과 크리스마스 전부터 시작해 새해가 시작되는 시간까지 이어지는 친척, 친구들의 모임 때문이다.
대충 이런 식이다. 크리스마스이브 3일 전에는 친구와 저녁, 2일 전에는 시누이, 1일 전에는 친척 여자들끼리 모임,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모든 가족이 모여 저녁, 크리스마스날은 시어머니가 저녁 초대, 이런 식으로 12월 31일까지 바쁜 날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12월 31일 역시 친한 사람들하고 모여 저녁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자정이 오기를 기다린다. 이런 모임에는 당연히 아이들이 북적거린다. 아이들이 항상 충분히 자야 한다는 것을 엄격하게 지키는 이들도 12월 31일만은 자정이 넘을 때까지 내버려 둔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대부분의 경우, 집에서 이루어진다. 이 모임들을 위해서 초대를 하는 사람은 대체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식사를 위한 음식도 만들어야 하고, 술도 준비해야 하고 또 디저트 역시 준비해야 한다. 케이크 등을 사지 않고 집에서 만드는 것도 상당히 일반적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때로는 7가지 다른 쿠키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손이 많이 가는 것들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검소하고 비싸지 않은 아이템들이다. 또한 누가 집에 오니, 집도 한번 치워야 하기도 한다. 핵심은 어떻게 생각하면 엄청나게 귀찮은 일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하는 모임들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일단 노르웨이의 전반적으로 상당히 비싼 레스토랑보다는 훨씬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다. 대체로 음식을 장만하고 초대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한 번 할 초대도 두 번으로 늘릴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초대받는 사람들 역시 때로는 디저트 등의 음식을 가지고 가기도 한다. 노르웨이인들은 최소 자기가 마실 주류는 가지고 가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알코올은 세금이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이다. 이 역시 초대하는 사람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준다.
두 번째 장점은 편리함이다.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다면 최대한 정확히 시간을 맞춰 가려는 노력을 해야 할 텐데, 집에서 만나면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한 10분, 20분 늦거나 이르게 가도 별문제가 아니다. 특히 아이가 있다면, 레스토랑에 오랜 시간 조용히 앉혀 두는 것 보다는 집에서 놀게 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특히 같은 나이 또래 친구가 있다면 더 쉽다. 아이들을 굉장히 배려하는 노르웨이의 레스토랑도 아이들한테는 집만큼 편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장점이 없더라도,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누는 것은 설명하기 힘든 따뜻함을 준다.
어떻게 생각하면 오래 전 필자가 어렸을 때 한국 사람들이 명절을 지냈던 모습이나, 친구 친척과 어울리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신기한 건 서구의 사람들은 이런 풍습과 습관이 오랜 시간 동안 별로 변화하지 않았는데, 참 한국의 삶은 필자의 눈에는 필자가 없었던 지난 20년간 굉장히 변화된 것 같다.
2020년 새해가 되었다. 올해는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목표를 세우는 대신, 예전으로 돌아가는 목표를 세우기로 했다. 명절, 생일 등의 행사를 집에서 더 부지런히 챙겨서 해 보려 한다. 귀찮음이 주는 소소한 행복을 더 내 삶에 불러올 생각이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GSB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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