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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더 위험한 ‘머리 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중년여성 특히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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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더 위험한 ‘머리 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중년여성 특히 조심

입력
2020.01.07 04:00
수정
2020.01.07 10: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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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승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인터뷰]

환자 4년새 2배, 중년여성 50%… 파열 땐 ⅓ 사망, ⅓은 장애

재발 위험 높으면 클립결찰술, 고령 환자에겐 코일색전술 권장

반승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동맥류가 파열돼 지주막하출혈이 생기면 30%가량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치명적이기에 가족력 등이 있으면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반승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동맥류가 파열돼 지주막하출혈이 생기면 30%가량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치명적이기에 가족력 등이 있으면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일교차가 심할 때 특히 치명적인 병이 ‘뇌동맥류(腦動脈瘤)’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이 약해지면서 작은 풍선이 부풀어 오르듯 뇌 혈관이 부풀어 오른 병이다. 빠르게 흐르는 혈압을 이기지 못해 뇌동맥류가 터지면 사망할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뇌동맥류 환자는 2014년 5만529명에서 2018년 9만8,166명으로 4년 새 2배가량 늘었다. 특히 40~60대 여성 환자가 50%나 된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겨울철에 특히 조심해야 하는 뇌동맥류를 반승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에게 들었다. 반 교수는 “뇌동맥류가 터지면 3분의 1은 사망하고, 3분의 1은 영구장애를 겪으며, 나머지 3분의 1 정도만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온다는 이른바 ‘3·3·3법칙’이 생길 정도로 매우 치명적인 병이기에 정기 건강검진으로 조기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뇌동맥류가 생기는 원인은.

“혈관벽을 이루는 탄성막에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는 등 이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혈관 염증이나 외상 등으로 인한 혈관벽 손상, 모야모야병 같은 뇌혈관질환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흡연·고혈압·과음도 영향을 미친다. 가족력도 중요한 발병 위험인자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중년 이후 여성은 남성보다 뇌동맥류 발생 위험이 1.5배 정도 높다. 이는 혈관 보호 역할을 하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가 폐경기 이후 감소하면서 뇌동맥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겨울철에 조심해야 한다는데.

“최근 이뤄진 메타분석에서 겨울 특히 1월에 뇌동맥류 파열 위험이 가장 높았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도 뇌동맥류 파열 빈도가 겨울, 가을, 봄, 여름 순이었다. 날씨가 춥고 일교차가 큰 가을부터 겨울에는 혈관이 갑자기 수축했다가 팽창하기 쉽고 날씨가 추우면 혈압이 급격히 올라가고 뇌혈관이 혈압을 이기지 못해 터질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뇌동맥류는 터지기 전(‘비파열성’)과 후(‘파열성’)로 나뉜다. 뇌동맥류가 터지면(파열성 뇌동맥류) 머리를 둔기로 맞은 것처럼 극심한 두통이 생긴다. 뒷목이 뻣뻣하고 구역질·구토·뇌신경마비·의식소실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뇌동맥류 파열이 의심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파열성 뇌동맥류는 24시간 이내 재출혈 위험성이 높고, 재출혈되면 80% 이상 사망한다. 특히 뇌동맥류 지름이 2.5㎝ 이상인 거대 뇌동맥류는 5년 내에 터질 확률이 100%일 정도로 치명적이다.

이와 달리 건강검진 등으로 우연히 발견되는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전조 증상이 거의 없어 흔히 ‘머리 속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환자 나이·건강 상태·동맥류 위치·모양·크기 등을 고려해 치료법을 정한다.​ 뇌동맥류는 모양이나 크기 변화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파열 위험성이 낮더라도 1년에 한 번씩 뇌혈관 영상 검사를 통해 뇌동맥류 크기나 모양, 변화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관찰 도중 뇌동맥류 변화가 감지된다면 파열 위험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치료계획을 세워야 한다.”

-치료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머리를 직접 절개해 뇌동맥류를 클립으로 묶는 ‘클립결찰술’(수술)과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 뇌동맥류 안에 넣은 미세한 관을 통해 코일을 넣는 ‘코일색전술’(시술)이다.

클립결찰술은 관자놀이 부위의 두피와 두개골을 절개해 뇌동맥류 입구를 클립으로 직접 묶어 뇌동맥류 피가 흐르는 혈류 유입을 차단하는 수술이다. 정상적인 뇌를 직접 파헤치면서 수술하는 것이 아니라 뇌 속에 안전한 공간을 마련해 뇌동맥류에 접근하기에 수술하면서 거의 뇌가 손상되지 않고 수술 후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낮다. 최근에는 두피를 최소한으로 절개로 클립결찰술을 시행하므로 수술 상처도 작고 회복기간도 크게 줄었다.

코일색전술은 사타구니 부위에 있는 대퇴동맥으로 관을 삽입한 뒤 미세도관(카테터)을 넣어 뇌혈관까지 도달해 뇌동맥류 안에 백금 등으로 만들어진 특수 코일을 채워 넣어 혈류를 차단하는 시술이다. 특수 코일을 뇌동맥류에 넣어 채우면 피가 흘러 들어가지 않아 터지지 않게 된다. 2000년대 초반 시행된 국제 연구에서 클립결찰술보다 코일색전술의 우수한 효용성이 입증됐고, 뇌혈관 스텐트 등 뇌혈관 시술 기구가 발달하면서 코일색전술이 더 많이 시행되고 있다. 코일색전술이 재발 위험은 클립결찰술보다 높지만 머리를 직접 절개하지 않아 회복이 빨라 고령 환자에게 많이 시행한다. 반면 재발과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거나 환자가 젊거나, 뇌 표피에 뇌동맥류가 생겼으면 클립결찰술을 시행한다.”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뇌동맥류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고혈압·동맥경화 등 혈관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가족력(직계 가족 중 2명 이상이 뇌동맥류 환자)이 있다면 뇌혈관 검사를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뇌동맥류는 뇌 컴퓨터단층촬영(CT), 뇌 자기공명영상(MRI)이나 뇌혈관 조영술 같은 뇌혈관 영상검사로 진단한다. 아울러 뇌동맥류 발생과 파열 위험성을 낮추려면 혈압을 조절하고, 금연·절주 등 위험 인자를 조절하는 것이 최선이다. 뇌혈관 검사 가운데 뇌혈관조영술(뇌혈관 속에 도관을 넣어 조영제를 주입하면서 혈관을 촬영)이 가장 중요하고 정밀하다.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는 금식 없는 뇌혈관조영술 등을 통해 입원·검사·퇴원 등 모든 과정을 단 하루 만에 마치도록 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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