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달 중순 미국서 귀국… SNS서 “낡은 정치 청산 필요”
신당ㆍ새보수당 등 선택지 있지만 바른미래 복귀 시나리오 유력
2016년 2월 대전에서 열린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연설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여의도로 돌아온다. 2017년 대선과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잇따라 패하고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겠다”며 독일로 유학을 떠난 지 1년 3개월여 만이다. 미국에 체류 중인 안 전 대표는 이르면 이달 중순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정계 복귀 시점을 치밀하게 고른 듯하다. 정치 양극화로 중도 지대가 넓어졌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제3정당이 안착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다. 무엇보다 21대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보수통합을 비롯한 정계 개편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는 시점이다. 안철수라는 브랜드가 유망 종목으로 다시 편입될 가능성이 커진 때라는 얘기다.

안 전 대표에게 이번 정계 복귀는 마지막 기회다. 화려한 ‘재기’냐, 또 한번의 ‘철수(撤收)’냐의 기로에 섰다.

중도지대 확대에 ‘복귀 적기’ 포착한 듯

안 전 대표는 2일 페이스북에서 정계 복귀 계획을 직접 알렸다. 그는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며 “우리 국민께서 저를 정치의 길로 불러주시고 이끌어주셨다면, 이제는 제가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으로 가진 않겠다는 뜻이다.

안 전 대표는 2018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로 패한 뒤 독일로 떠났다 지난해 10월 미국 스탠퍼드대 방문학자로 자리를 옮겼다. ‘21대 총선은 건너 뛰고 대선으로 직행하려는 선택’으로 해석됐지만, 지난 연말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바른미래당의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과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그의 정계 복귀를 공개 촉구한 것을 두고 ‘안 전 대표와의 교감 설’이 오르내렸다. 안 전 대표는 내내 침묵을 지켰다.

안 전 대표는 정치 양극화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킨 연말 ‘패스트트랙 정국’을 지켜 보며 연초 정계 복귀를 최종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대표가 이끄는 한국당이 우경화하고 바른미래당 유승민계가 ‘보수’를 내세운 신당 창당을 앞두고 있는 터라, 안 전 대표의 무대인 중도 진영은 어느 때보다 넓어졌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2일 “안 전 대표의 기회 포착 능력은 최고”라고 평하기도 했다.

‘안철수발 중도 바람’, 다시 불까

안 전 대표가 귀국 후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안철수계 의원들이 기다리는 바른미래당으로 복귀하거나, 줄곧 그에게 구애의 손짓을 보낸 새로운보수당에 합류하거나, 신당을 차리는 것이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일단 바른미래당에 복귀하는 것이다. 이달 5일 새보수당 창당을 앞둔 유승민계 의원들이 3일 탈당하면, 바른미래당엔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 시절을 함께했던 인사들만 남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안 전 대표가 돌아오면 요구하는 것을 최대한 들어주겠다”고 수 차례 밝혔다. 안 전 대표로선 바닥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것보다 바른미래당을 ‘안철수당’으로 수리하는 쪽이 위험 부담이 작다.

다만 손 대표는 2일 본보 통화에서 대표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에 대해 “지금 단계에서 가정해서 답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답을 피했다. 당권을 놓고 두 사람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표현대로, “실패한 결혼”의 쓴맛을 본 안 전 대표가 새보수당에 합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안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하든, ‘제2의 안철수 바람’이 일어날지에 대한 전망이 밝지는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0~12일 실시한 차기 정치지도자 호감도 조사(95% 신뢰수준ㆍ표본오차 ±3.1%포인트ㆍ전국 성인 1,001명 대상)에서 안 전 대표는 조사 대상 7명 중 호감도는 최저(17%), 비호감도는 최고(69%)를 기록했다. ‘간철수’(간을 보는 안철수)라는 별명처럼, 안 전 대표의 우유부단한 정치 행보에 염증을 느끼는 민심을 돌려 세우는 것도 쉬운 과제는 아니다.

확실한 지역적 기반이 없다는 것도 한계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2016년 국민의당이 성공을 거둔 것은 반(反)문재인 정서가 워낙 큰 호남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지금 호남은 문재인 정부를, 영남은 한국당을 확고하게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안 전 대표가 어느 세력과 연대나 통합을 하지 않고서는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안 전 대표가 ‘중도 정체성’을 내걸고 이번 총선에서 선전한다면, 유력한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 2022년 대선에선 여권이나 야권 모두에서 주자로 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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