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언급 없이 준비한 신년사만 낭독
현 정부 상대 수사와 이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으로 격랑의 한 해를 보낸 윤석열 검찰총장이 2020년 새해 벽두를 차분히 맞이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고된 상황이었지만, 윤 총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검찰 신년회를 주재했다.
윤 총장은 2일 오후 2시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찰 신년회에서 앞서 배포된 신년사 내용만 거의 그대로 낭독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국회 통과, 검경수사권 조정, 추 장관 임명 등 현안에 대한 ‘돌발 발언’은 없었다.
다만 윤 총장은 “정치 경제 분야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불공정에 단호히 대응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가치를 지켜내는 일”이라거나 “지금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나 공판 역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켜내기 위해 국민이 검찰에 맡긴 책무를 완수해나가는 과정”이라는 지점을 읽을 때는 특별히 힘을 주어 강조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현 정권 인사를 대상으로 한 수사에 여권의 비판과 견제가 연일 계속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윤 총장은 “올해도 검찰 안팎의 여건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 구성원들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리겠다”는 평소 소신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윤 총장은 신년사 낭독을 마친 뒤 대검 간부들과 일렬로 서서 대검 직원들과 가벼운 새해 인사를 나눴다. 윤 총장을 향해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가 이어지자 사진기자들에게 다가가 새해 덕담을 나누고 “사진을 예쁘게 찍어달라”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앞서 윤 총장은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정부 신년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권한을 다하겠다”며 검찰에 대한 강도높은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추 장관도 신년회에 참석했지만, 윤 총장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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