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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세 번 강조한 ‘부동산 국민공유제’… 구체성 없는 구호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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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세 번 강조한 ‘부동산 국민공유제’… 구체성 없는 구호 첩첩산중

입력
2020.01.02 19:00
수정
2020.01.02 20: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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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무식 앞서 ‘공유책방’ 이색 행보

떡 대신 ‘불평등의 대가’ 등 서적

직원들에 권하며 올해 시정 예고

노타이에 터틀넥 ‘잡스 패션’

부동산 공유제 구상 담은 신년사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직원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직원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새해 ‘책방지기’로 변신했다. 2020년 시무식에 앞서 ‘공유책방’이란 이색행보로 올해 시정 방향을 예고했다. 행사의 키워드는 ‘불평등 해소’에 맞춰졌다. 연말부터 연일 띄우고 있는 ‘부동산 공유제’ 등을 강조하며 2일 신년사 화두도 ‘평등’을 제시했다. 박 시장이 강조하는 ‘공정한 출발선’을 서울시 정책을 통해 얼마나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9시 50분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로비에서 “우리가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이유가 나온다”며 선반에 놓인 책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면서 시 공무원들에게 ‘축적의 시간’(이정동)을 소개했다. 떡을 나눠주고 서로 스치듯 악수하는 형식적 신년회 대신, 책을 건네며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이례적인 형식이었다. 박 시장은 공유책방에 ‘불평등의 대가’(조지프 스티글리츠),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우리 아이들’(로버트 퍼트넘), ‘탁월한 사유의 시선’(최진석) 등 5종으로 총 50권을 내놓았다. ‘불평등의 대가’ 앞장엔 박 시장이 한자로 쓴 ‘平等(평등)’이 적혀 있었다.

박 시장의 신년사 화두도 ‘평등’이었다. 박 시장은 새해 최우선 과제로 공정한 출발선을 주장했다. 위기의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대전환이 필요하고, 그 방법은 정책적으로 공정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박 시장은 이날 “위기의 본질은 불평등”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노타이’ 차림이었다. 미국 IT기업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발표를 연상케 했다. 탈권위와 소통을 강조하기 위한 제스처란 분석이 나왔다. 박 시장이 입은 남색 터틀넥은 잡스가 생전 발표 자리에서 즐겨 입은 옷이다.

박 시장은 최근 공정한 출발선을 만드는 방법으로 △부동산 국민공유제 △신혼부부 주거 지원 △완전한 돌봄 정책 등을 내세우고 있다. 부동산 국민 공유제는 불로소득과 부동산 개발 이익을 거둬 부동산 공유기금을 만들고, 그 돈으로 공공의 부동산 소유를 늘려 개인에게 제공하는 구상이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박 시장은 이날 “땅이 아니라 땀이 존중 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논란의 부동산 국민 공유제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시 조례로 기금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부동산 세금을 재원으로 들이려면 정부 차원의 동의와 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시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어떤 불로소득이 시에서 조례만 바꾸면 공유기금으로 운용할 수 있는지, 어떤 재원을 활용할 경우 법률 개정이 필요한지 등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복지는 결코 공짜나 낭비가 아니다”며 “세상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투자”라는 말도 보탰다. 서울시가 ‘현금 복지’를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 강조한 말로 보인다. 올해 서울시의 복지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12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시무식에는 24개 자치구 구청장을 비롯해 시 공무원 등 3,800여 명이 참석했다. 시무식을 마친 박 시장은 서초구 양재R&D혁신허브를 찾아 조은희 서초구청장 및 입주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시 예산설명회를 자유한국당 소속 구청장이 있는 서초구만 배제했다는 논란을 의식한 행보란 반응이 나왔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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