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각국 중앙은행의 오랜 저금리 정책으로 인한 세계적인 유동성 과잉이 조만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미국 증시의 활황세도 ‘급락 직전의 마지막 국면’일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2일 시무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최근 미국 증시의 활황세에 대해 “정말 위험한지, 어디까지 갈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증시를 ‘블로오프 톱(blow-off topㆍ급락을 앞둔 최고점)’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고,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이 총재는 또 최근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을 포기한 스웨덴 중앙은행의 사례를 들며 “경기가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마이너스 금리의 부작용을 우려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전하기도 했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해에도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해 왔다. 마이너스 금리, 양적완화 등 정책을 구사하는 국가뿐 아니라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부동산 및 고위험 자산으로 자금 유입이 확대되거나 금융 불균형이 축적될 가능성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올해 한국경제가 지난해보다 낫겠지만 급격한 회복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지난해 대외요인이 워낙 좋지 않았지만 올해는 무역분쟁이 완화되고 반도체도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성장, 물가 등 지표는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우리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인만큼 급격한 반등은 힘들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11월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3%로 예측한 바 있다.
향후 금리 결정에 대해서는 완화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물가안정이 주된 목표지만 금융안정과 경기도 고려해야 하고, 기대효과와 부작용도 염두에 둬야 하니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정책 외 추가 유동성 공급 방안에 대해서는 “대비 차원에서 다양한 카드를 점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금리 정책에 여유가 있으며, 다른 수단을 쓸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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