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주변에서 도난 당했다가 되찾은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 6,016만3,510원이 사흘 만에 무사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로써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활동은 20년째 이어지게 됐다.
전주완산경찰서는 2일 A(35)씨와 B(34)씨에게 압수한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 박스를 노송동주민센터에 전달했다. 상자 안에는 5만원권 지폐 100장을 묶은 다발 12개와 동전이 든 돼지저금통,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내세요’ 문구가 적힌 A4용지 등이 들어 있었다.
A씨와 B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10시쯤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기부금을 훔쳤다. 조사 결과 A씨 등은 지난달 26일부터 주민센터 인근에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을 세워놓고 얼굴 없는 천사가 성금을 놓고 가기를 기다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성금을 훔친 후 차량을 몰고 주변 영상에서 사라지기까지 43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주민으로부터 결정적 제보를 받아 용의차량을 추적해 4시간여 만에 충남 계룡과 대전 유성에서 각각 붙잡았다. 고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컴퓨터 수리점을 내기 위해 기부금에 손을 댄 것으로 조사됐다.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노송동주민센터 인근에 수천만∼1억원 상당의 성금을 놓고 갔다. 자신의 이름과 얼굴은 단 한 차례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전달된 금액을 더하면 성금은 총 21회 6억6,850만4,170원에 달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된 이 기부금은 노송동 지역의 소년소녀가장과 홀몸노인, 청소년 장학금 등에 사용된다. 전주시 관계자는 “우여곡절 끝에 성금을 되찾아 다행이다”며 “얼굴 없는 천사의 뜻에 따라 지역 사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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