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를 받다 숨진 사망자에 대해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유족에게 통보하는 일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2일 인권위에 따르면 A중앙회 회장 B씨는 조합원 경조사비 이중 지급, 회의비 부당집행 등 혐의로 경찰 수사와 감사를 받다가 사망했다. A중앙회는 B씨 사망 후에도 직원 7명을 조사했고, 이를 통해 B씨 등의 비위 행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는 B씨에 대해 ‘주의 촉구 및 1,170만원 변상’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해당 결과는 유족에게도 통보됐다.
이에 B씨 아들은 “B씨는 사망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원천적인 한계가 있음에도 A중앙회가 그에 대한 ‘징계 해당’ 의결을 요구ㆍ의결해 망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중앙회는 진정인의 주장에 대해 “손해배상 등의 문제가 있는 탓에 B씨가 사망했다고 해서 감사 및 징계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고 대응했다.
인권위는 진정인의 손을 들어줬다. A중앙회가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피해자 및 그 유족의 명예권을 부당하게 침해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B씨에 대한 징계절차를 진행한 것은 사실관계 파악을 넘어선 평가의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며 “사망자에 대해 ‘징계 해당’ 결정을 할 때는 관련 의사결정으로 인한 망자의 사회적 평가의 하락은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특별한 필요성이 요구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A중앙회에 사망자에 대한 징계 절차 및 통지가 진행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과 업무매뉴얼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