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독자 건조한 첫 항공모함 산둥(山東)이 미국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함과 지난달 크리스마스에 남중국해에서 조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중 양국 정부가 아무런 설명 없이 침묵하면서 진위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두 척의 항모를 실전배치한 중국은 해군력에서 미국과 맞서는 모양새로 비쳐지는 게 싫지 않은 표정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일 대만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돌고 있는 위성사진을 인용하며 “지난달 25일 크리스마스 당일 산둥함 항모전단이 대만해협으로 북상하기 위해 남중국해에서 대기하던 중 미 링컨함도 인근 해역을 지나면서 두 항모전단이 위성사진 한 컷에 동시에 포착됐다”고 전했다. 위성사진 속 산둥함은 3척의 군함이 호위하는 삼각형 대형을 이뤘고, 링컨함은 챈슬러즈빌 미사일순양함이 호위하고 있었다. 이 사진은 중국의 고해상도 관측 위성 ‘가오펀(高分) 3호’가 촬영한 것 같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당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같은 주장이 터무니 없는 건 아니다. 산둥함은 지난달 17일 중국 남부 싼야(三亞) 기지에서 취역한 뒤 같은 달 26일 대만해협을 남에서 북으로 통과했다. 때마침 링컨함 항모전단도 중동에서 이란을 압박하던 임무를 마치고 마라카해협을 통과해 지난달 30일 필리핀 동쪽 해상까지 이동했고, 그 과정에서 기존 로널드 레이건함과 함께 두 척의 항모가 미 해군 7함대 작전수역에 머물던 상황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에 보낼 ‘크리스마스 선물’을 공언한 터라 4대의 미 정찰기가 동시에 한반도 상공을 누비던 것과 맞물려 대북 경고 메시지로 해석됐었다.
미중 양국은 위성사진의 진위 여부에 대해 공식 확인을 않고 있다. 그 사이 소문은 확산돼 양국 항모의 ‘우연한 만남’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 항모가 늘어나면서 미 항모와 마주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국은 현재 3번째 항모를 건조하고 있으며, 이르면 2021년 4번째 항모 제작에 나설 예정이다. 미국은 이미 11척의 항모를 실전배치한 상태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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