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여상규, 총선 불출마 선언 “악법 날치기, 법사위원장으로서 참담”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30일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 안건을 의결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3선 여상규 의원(경남 사천시남해군하동군)이 2일 4ㆍ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

여 의원은 이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앞두고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국익을 무시한 채 오직 당파적 이익만을 쫓기 위해 온갖 불법과 탈법을 마다 않는 작금의 정치현실, 나아가 오직 내 편만 국민이라 간주하는 극심한 편가르기에 환멸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과 공수처법처럼 정권과 특정 정파만을 위한 악법들이 날치기 강행처리되는 모습을 보면서 법사위원장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처럼 ‘법치’와 ‘협치’, 그리고 ‘국익’을 포기한 국회에 더 이상 제가 설 자리는 없다”며 “또한 이러한 망국적 정치현실을 바꾸거나 막아낼 힘이 저에게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여 의원은 자신의 불출마가 당내 인적쇄신에 밀알이 되길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연부역강(年富力强)한 후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며 “21대 국회는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국회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12월 3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저지 실패에 책임을 지고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상규 법사위원장과 대화하는 김도읍 의원. 연합뉴스

판사 출신인 여 의원은 새누리당 시절 황우여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고, 지난해부터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여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한국당에서 21대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한 의원은 김무성(6선), 김세연ㆍ김영우(3선), 김도읍ㆍ김성찬(재선), 유민봉ㆍ윤상직(초선) 의원 등 8명이 됐다.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를 막지 못한 데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검사 출신인 재선 김도읍 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