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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신년 구상 ‘남한 패싱’… 중재자 역할에 의문 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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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신년 구상 ‘남한 패싱’… 중재자 역할에 의문 품었나

입력
2020.01.02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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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회의 발표서 남북관계 언급 전무…“관계 설정에 신중” 등 해석 분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갈음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 결과에서 남북관계 관련 언급은 사실상 전무했다. 대북제재를 둘러싼 남측의 중재자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북한이 남측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단순히 ‘패싱’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전원회의 관련 기사에선 ‘남북관계’ 관련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딱 한 번, ‘첨단 전쟁 장비들을 남조선에 반입하여’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합군사연습을 중지하겠다던 약속을 어겼다고 비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 2년과는 사뭇 달랐다. 김 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를 비쳤고, 지난해엔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용의를 밝혔다.

미국과의 협상을 명시적으로 중단하지 않으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한 축에 있던 남측 관련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남측의 한계를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1일 ‘주체108(2019)년 조선의 특기할 사변들’이라는 기사에서 지난해 북한의 주요 대내외 일정을 소개하며 6월 판문점 남ㆍ북ㆍ미 정상 회동은 빼놓기도 했다.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문재인 대통령이 환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문재인 대통령이 환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남측에 대한 실망감을 침묵으로 표현했을 수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제 우리도 북미관계에 연동된 남북관계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새 판을 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물론 북한이 남북관계 설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북미 협상은 제대로 풀리지 않아 ‘장기전’을 선포했지만, 남측 활용법을 두고서는 여전히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전언도 있다. 관계 설정 검토가 끝나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등 대남기구를 통해 별도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통일부도 “통상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내용은 다루지 않는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북한이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는 했지만,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는 안도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당장 활용 가능한 카드가 없다는 건 부담이다. 일단 북한이 ‘미국의 향후 입장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절하겠다’며 대화 여지를 남긴 만큼, 북미가 후속 협상을 열 만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공을 들일 가능성이 크다. 일단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이날 미국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통화했고, 이달 중엔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동시에 제3의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문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 등 돌파구를 찾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놓지 않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남북 간 소통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마땅치 않지만, 일단 잠시라도 시간을 벌었으니 남측이 움직일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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