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군사적 충돌 확산 우려… 터키 리비아 파병 국제전 촉각
홍콩, 넉달 만에 100만명 이상 시위… 佛 약 한달 연금개편 반대
새해벽두부터 전 세계 곳곳에서 갈등과 대립으로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지역이 미국의 이라크 공습 이후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로 치닫는 가운데 중국과 홍콩ㆍ대만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유럽 주요국도 대규모 파업과 정치적 갈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이다.
이라크 시아파민병대 군사시설 5곳에 대한 미국의 공습은 중동지역 정세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수개월째 이어지던 이라크 주요 도시에서의 반(反)정부 시위는 반미 시위로 옮아갔고, 이 와중에 친(親)이란 시위대가 미국대사관을 습격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한목소리로 ‘이란 배후설’을 제기했고, 미 국방부는 곧바로 육군 82공수사단 신속대응부대(IRF)원 750명을 중동으로 파병했다. 자칫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이라크에서의 군사적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때 마침 내전에 시달려온 리비아에서도 관련국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터키가 시리아 침공에 이어 리비아에도 파병 의지를 밝힌 탓이다. 현재 리비아 서부는 유엔이 인정하는 리비아통합정부(GNA)가, 동부는 사우디아라비아ㆍ이집트ㆍ아랍에미레이트(UAE) 등이 지원하는 리비아국민군(LNA)이 각각 점령해 유혈분쟁이 한창이다. 여기에 터키마저 GNA의 요청을 빌미로 파병을 추진하면서 가뜩이나 중동 강대국들이 정면 충돌하고 있는 리비아 내전은 악화일로로 치달을 전망이다.
중화권 정세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신년사에서 홍콩의 번영과 안정에 대한 희망을 피력하며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홍콩은 연말연시 이틀간 시위로 얼룩졌다. 지난달 31일 시위대의 화염병과 경찰의 최루탄이 난무하고 홍콩의 명물로 꼽히던 ‘새해맞이 불꽃놀이’가 2007년 이후 12년만에 처음으로 취소된 데 이어 1일에도 시민 100만명 이상이 시위와 행진을 벌이며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8월 18일 170만명이 모인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오는 11일 총통선거를 치르는 대만에서는 독립 성향의 집권 민진당이 주도한 ‘반침투법’이 새해를 앞둔 지난달 31일 의회를 전격 통과하면서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 간 긴장이 고조됐다. 친중 성향의 국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통과된 이 법안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외부세력의 자금 지원이나 지시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신년 담화에서 홍콩 사례를 들며 독립노선을 재차 강조했고, 중국은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앞세워 “선거 승리를 위해 중국과 관련된 모든 사람을 잡아가려는 악법”이라고 맹비난했다.
유럽 곳곳에서도 파열음이 나고 있다. 한달 가까이 연금개혁 반대 총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새해 들어서도 교통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7일 정부와 노조 간 협상이 재개될 예정이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개혁 강행 의지를 거듭 천명하면서 노조의 반발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달 31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둔 영국의 정치적 혼란도 여전하다. 조기총선에서 압승한 보리스 존슨 총리의 보수당 정권이 연말까지인 무역협상 기간 연장 가능성을 닫으면서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다시 재연되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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