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가 2019년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3대지수 모두 최고치를 또 다시 경신하면서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지난 한 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ㆍ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ㆍ나스닥 지수는 각각 22.3%, 28.7%, 35.2% 상승했다. 뉴욕 증시는 세계 증시의 상승도 주도해, 세계 증시의 대표지수로 불리는 MSCI 올컨트리월드지수(ACWI) 역시 2009년 이후 연간 가장 큰 폭인 24%나 상승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세계 경제가 2018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비관론에 시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미 증시 활황은 놀라운 결과다. 미중 무역분쟁과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영국의 갑작스런 유럽연합 탈퇴)’ 우려로 인한 불확실성이 자산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졌고, 경기침체의 전조로 여겨지는 미국의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도 발생했다.
하지만 이런 불안 속에서도 미국 경제는 지난해 6월 기존의 역대 최장 확장기 기록인 120개월마저 넘어섰다. 올해도 당분간은 경기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18년 말까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던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세계 경기 불안 등을 이유로 지난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했고, 줄이던 자산 매입도 다시 확대한 것이 증시 호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초장기 성장’ 배경에 전례없는 경기부양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연준 연구통계국장을 지낸 데이비드 윌콕스 피터슨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 CNBC에 “금융위기 시절 내놓은 양적완화 같은 부양책이 현재 경기 호황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특수한 정책의 효과가 아직까지도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토르스텐 슬로크 도이체방크 수석경제학자는 “미국은 특히 유럽이나 일본보다도 빠르게 통념을 뛰어넘는 통화ㆍ재정정책을 활용했고 그 결과 긴 확장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앞으로의 경기 전망은 엇갈린다. 일부에선 지난해 시장 불안을 유발한 무역분쟁이나 브렉시트 등의 위험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며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분쟁이 중대한 고비를 넘겼다”며 올해 미국의 침체 확률을 ‘20% 이하’로 평가했다.
반면 오래 이어진 확장기와 자산 거품에 대한 불안, 여전한 불확실성 등은 비관론의 재료다. 미국 투자회사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수석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투자자들이 저금리에 의존하고 있는 상승장을 회의적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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