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연기대상’이 시청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한 수상 결과로 수상자도, 비수상자도 난감한 상황을 연출했다. 모호한 선정 기준에 빛 바랜 트로피의 영광이 아쉽다.
지난 해 12월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는 신동엽과 장나라가 MC로 나선 가운데 ‘2019 SBS 연기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대상의 영예는 ‘열혈사제’의 김남길에게 돌아간 가운데, 미니시리즈 여자 최우수 연기상은 ‘배가본드’의 배수지가 수상했다. 이날 배수지가 단독 수상으로 트로피를 안은 해당 부문에는 ‘VIP’ 장나라를 비롯해 ‘시크릿 부티크’ 김선아, ‘닥터탐정’ 박진희 등이 후보로 이름을 올려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특히 ‘VIP’ 장나라의 경우, ‘SBS 연기대상’ 개최 전부터 유력한 대상 후보로 꼽혔던 만큼 대상 혹은 최우수 연기상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장나라는 공동수상 조차 실패하며 배수지에게 트로피를 양보해야 했다. 앞서 ‘VIP’가 자체 최고시청률 15.9%를 기록하며 13%를 기록했던 ‘배가본드’보다 높은 성적을 남겼으며, 장나라 역시 ‘VIP’의 중심에서 열연하며 흡입력 있는 연기력으로 큰 호평을 이끌어 냈었던 것을 감안했을 때 그의 수상 불발에는 다소 의문이 남는다.
결국 이날 장나라는 ‘프로듀서상’ 수상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는 수상 소감 내내 눈물을 흘리며 “계속 일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너무 힘들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때가 많았다. 도와 주신 모든 스태프와 배우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며 벅찬 모습을 보여 많은 이들의 박수와 축하를 받았다.
그런가 하면 ‘시크릿 부티크’에서 주인공으로 열연하며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김선아는 최우수 연기상 수상은 물론 모든 부문에서의 수상에 실패했다. 작년 대상 수상자였지만, 올해 김선아는 무관에 그치며 씁쓸한 ‘빈 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수지 역시 최우수 연기상 수상 이후 소감에서 당혹감과 죄송스러움을 표현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제가 많이 부족해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게 굉장히 부끄러운데 고생하신 스태프 분들 대신해서 받는 상이라고 생각하겠다”며 “제가 부족한 점이 많아서 이 자리에 있는 게 부끄럽지만 앞으로 좋은 연기 보여줄 수 있는 배우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재차 자신의 부족함을 강조했다.
결코 배수지의 연기력이 부족했다거나, 최우수 연기상 수상이 부적절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찝찝함을 남긴 결과와 모호한 선정 기준은 누구보다 축하 받아야 할 수상자에게도, 현장에서 수상자를 진심으로 축하해줬던 나머지 후보자들에게도 상처만 남겼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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