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는 휴대폰의 역사
돌고 돌아 다시 ‘접는 폰’인가요? 최근 속속 출시되고 있는 ‘폴더블폰’ 말입니다. 2000년대 초반을 향유했던 폴더폰의 시대가 저문 지 20여년, 접어서 쓰는 휴대폰이 시장에 다시 등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세로축을 중심으로 책처럼 접었다 펴는 폴더블폰을 출시했는데요. 2월엔 조개껍데기처럼 가로로 접는 ‘크램셸’ 디자인의 폴더블폰을 공개할 예정이에요. 중국에서만 폴더블폰을 출시했던 화웨이도 올해 유럽 등지로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랍니다.
폴더블폰은 폴더폰을 떠올리게 하는 외형으로 소비자에게 옛날 휴대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죠. 그래서일까요. 2004~2008년 폴더폰 ‘레이저’를 출시한 모토로라는 원작 디자인을 살려 재창조한 ‘레이저V3’를 이달 중 공개한다고 합니다. 온라인에선 폴더폰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폴더블폰이 탄생하기까지, 휴대폰은 그 동안 어떻게 진화했을까요.
세계 최초의 상용 휴대폰은 1983년 등장했습니다. 모토로라 선임 기술자 마틴 쿠퍼가 개발한 ‘다이나택 8000X’입니다. 배터리를 완전충전 하는데 10시간, 충전 후 통화 가능한 시간은 35분에 불과했지만, 가격은 한 대당 3,500달러(약 391만원)에 달하는 고가였죠. 묵직한 무게(771g)와 크기 때문에 사람들은 ‘벽돌폰’이라 불렀어요.
우리나라는 1988년 삼성이 최초로 ‘SH-100’을 개발하면서 상용화됩니다. 바 형태에 길이 40㎝, 무게 800g의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죠. 손에 들기 힘들 정도니 들고 다니기 많이 불편했겠죠. 이후 2G 통신 시대가 등장하면서 휴대폰은 작아졌고 카메라, MP3, 게임 등 여러 기능을 갖게 됐죠. 폴더폰이 등장한 것도 이 즈음입니다.
1996년 출시된 모토로라의 폴더폰 ‘스타택’은 2G 정착의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크기도 작아지고 무게도 88g에 불과해 들고 다니기가 좋아졌죠. 이후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인 레이저 시리즈가 나오면서 핸드폰은 더 작고 세련되게 진화합니다.
우리가 현재 쓰는 형태의 스마트폰은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확산했어요. 국내에서도 삼성, LG 등이 저마다 독창적 기술로 경쟁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죠. 액정 화면은 점점 크게, 두께는 점점 얇게,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더니 이번엔 폴더 형태로 회귀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 겁니다.
폴더블폰과 폴더폰의 가장 큰 차이는 액정 화면입니다. 폴더폰은 열었을 때 가로축을 중심으로 상단은 액정 화면, 하단은 자판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폴더블폰은 안쪽 면 전체가 터치 스크린으로 구성돼 있죠. 스마트폰을 접어서 쓰는 셈입니다.
스마트폰이 폴더형이면 무엇이 좋을까요? 먼저 액정 화면이 그대로 노출된 스마트폰보다 손상의 위험이 낮아집니다. 따로 비싼 돈을 들여 휴대폰 케이스를 구매하거나, 큰 비용을 들여 수리하는 수고가 줄겠죠. 화면이 큼직하니 눈이 편하고, 통화 때 마이크와 스피커가 얼굴에 밀착돼 안정감 있게 통화할 수 있지요. 접는 형태라 휴대성도 더 좋습니다. 그야말로 이전 것보다 ‘똑똑한 폴더폰’이네요. 추억을 되살리는 폴더블폰은 휴대폰 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열 수 있을까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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