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원회의 나흘째… 자력갱생 관련 내용 주가 될 듯
낮은 수위 무력시위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1일로 나흘째 이어진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간고하고도 장구한 투쟁”을 언급하며 새해 북한이 채택할 ‘새로운 길’이 험로가 될 것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이 새해 벽두에 발표할 신년사에는 ‘자력부강’을 강조해 내부를 결집하는 내용과 비핵화 협상 등과 관련한 결단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 집권 후 이례적으로 길고 규모가 큰 전원회의를 거쳐 내놓는 대내외적 메시지라 이목이 집중된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3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3일 회의가 12월 30일에 계속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전원회의에서 7시간에 걸쳐 당 중앙위 사업정형과 국가건설, 경제발전, 무력건설과 관련한 종합적인 보고를 마치며 “혁명의 최후승리를 위하여, 위대한 우리 인민을 잘살게 하기 위하여 우리 당은 또다시 간고하고도 장구한 투쟁을 결심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력사적인 보고’를 통해 10가지 구체적인 항목을 거론했다. △경제사업체계와 질서 정돈 △인민경제 주요 공업부문들의 과업 △농업생산 증가 △과학, 교육, 보건사업 개선 △증산절약과 질 제고운동 및 생태환경 보호, 자연재해방지대책 수립 △자주권과 안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정치외교 및 군사적 대응조치 준비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 강화 △근로단체사업 강화 및 전 사회적 도덕기강 확립 △당 강화 및 그 령(영)도력 강화 △간부들 역할 신장 등으로 정리된다.
전원회의는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결정서 초안을 만들기 위해 31일까지 나흘째 회의를 이어갔다. 전원회의에서 결정되는 내용은 김 위원장 신년사의 토대가 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상 김 위원장 신년사는 전년도를 평가한 뒤 새해 각 분야별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며 “신년사의 부문별 순서에 따라 북한의 정책 우선 순위가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신년사의 주된 내용이 궁핍한 경제난을 극복하는 ‘자력갱생’과 관련한 내용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금까지 회의 내용으로 볼 때, 경제 집중 노선을 재확인하면서 당 창설 75주년을 맞아 자립경제, 자위국방, 자주외교를 기조로 한 김정은식 사회주의 강국 선포에 방점을 둘 것 같다”고 했다.
‘새로운 길’을 엿볼 수 있는 ‘공세적인 정치외교 및 군사적 대응조치’ 부분에 대해선 핵 개발 재개 등 초강수를 두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평화프로세스 국면에서 미국에 끌려가지 않고 판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좀 더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는 북한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북한이 정치ㆍ외교적 해법을 앞서 언급하고 군사적 ‘대응’이라고 한 걸 보면 호전성과 공격성이 별로 없다”며 “정치외교적 해법에 중심을 두고, 군사적으로는 대응 차원에서 낮은 수위의 무력 시위를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홍 실장은 전원회의가 토의하겠다고 한 ‘중요 문건’에 주목했다. 그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무력건설의 내용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이나 남북 간 합의 무력화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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