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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AI 시대에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입력
2020.01.01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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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글로벌 투자업체 대표와 만났다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알만한 미국의 대표적 인공지능(AI) 관련 업체에 근무하는 여성이 결혼을 했지만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이야기다. 그 이유가 AI 때문이었다.

무섭게 발달하는 AI가 앞으로 사람들의 일자리를 심각하게 줄이고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게 그 여성의 생각이다. 나중에 아이가 자라서 취직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아이를 낳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AI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기술이다. 기반 기술인 AI가 산업의 틀을 바꿀 것이고 사회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분명한 것은 AI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2019년 화제가 된 국내 신생(스타트업) 기업 중 한 곳이 수아랩이다. 미국의 기계학습(머신러닝) 업체인 코그넥스가 2,300억원에 사들인 이 업체는 공장에서 품질 검사를 대신하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스마트폰이나 TV 등 전자제품을 만드는 공장에 가보면 대부분의 공정을 로봇이 담당한다. 유일하게 사람이 일하는 곳이 마지막 단계인 품질 검사다. 지난해 10월에 중국 선전(深圳)의 화웨이 스마트폰 공장을 가보니 자체 개발한 로봇 공정을 자랑하는 이 곳에서도 품질 검사만큼은 사람이 눈으로 한다.

수아랩은 스마트 공장에 남아 있는 마지막 미개척 영역을 AI로 바꿔 놓았다. 실제로 코그넥스에 매각되자마자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을 만드는 대만의 폭스콘이 수아랩의 AI를 적용한 품질 검사 로봇을 도입하겠다고 계약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한 모 스타트업 대표는 요즘 아이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는 프로그래밍을 배우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조만간 AI가 프로그래밍까지 대신하는 시대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로 AI 전문가들은 AI의 궁극적 목표를 스스로 AI를 창조하는 초인공지능(ASIㆍ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에 두고 있다. 이때가 되면 AI가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고 학습한 뒤 추론 및 예측하는 기본적 단계를 넘어 모든 것을 창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미국 스타트업 커널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 업체는 1억달러를 투자해 AI로 사람의 뇌를 그대로 인터넷 공간인 클라우드에 복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치매 등 뇌 관련 질환 치료와 창조적 생산활동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연구가 성공할 경우 육체가 소멸해도 뇌는 인터넷에 남아 있는 만화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물론 이런 우려 때문에 AI 육성을 뒤로 미룰 수는 없다. AI가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고 지금보다 산업을 발달시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I가 일자리를 줄이고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측면도 분명 있다. 단순 노동일수록 빠르게 로봇이 대체할 것이며 프로그래밍처럼 배움을 통해 기술을 연마하는 분야도 AI가 잠식할 것이다. 더불어 AI 관련 기술을 쥐고 있는 기업들이 부를 독점하는 쏠림 현상도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AI 육성정책에 이 같은 우려를 줄일 수 있는 방안도 들어가야 한다. 정부는 AI 육성을 통해 455조원의 경제 효과를 거두는 AI 국가전략을 수립해 발표했고,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새해부터 AI국가위원회로 전환한다.

이와 더불어 AI와 로봇을 도입해 이득을 보는 기업에게 로봇세를 물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지원하고, 학교 교육도 기계어처럼 AI의 골격을 들여다보거나 개념 설계 학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AI 시대에 걸맞는 AI 훈련을 위한 AI 트레이너, AI 알고리즘 디자이너, AI 기능유지 전문가 등 신생 AI 관련 일자리 발굴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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