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를 수사해온 검찰이 31일 조 전 장관에게 11개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노환중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부터 딸의 장학금(한국일보 8월19일자)도 직무 관련성이 있는 뇌물로 판단했다. 조 전 장관 부부가 아들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 문제를 대신 풀어준 사실도 공소 사실에 포함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이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뇌물수수, 공직자윤리법 위반, 증거위조교사 등 12가지 범죄 사실에 대해 11개 혐의를 적용해 조 전 장관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 8월27일 압수 수색과 함께 일가 비리 수사에 착수한 지 126일 만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딸 조모(28)씨가 노 교수로부터 받은 의전원 장학금 600만원이 뇌물에 해당된다고 봤다. 부산대 병원장 지원을 염두에 둔 노 교수가 병원장 인사 검증을 담당했던 민정수석에게 청탁 명목으로 장학금을 건넸다는 것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조 전 장관과 노 교수, 딸 조씨가 나눈 문자 메시지를 확보했고, 조 전 장관이 딸의 장학금 수혜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부산대 병원장 공모에 탈락한 뒤 부산의료원장에 임명된 노 교수 역시 뇌물공여와 부정청탁금지법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자녀들의 입시비리와 관련해선 조 전 장관과 정 교수, 딸 조씨, 아들 조모(23)씨가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전 장관은 해외대학 진학 준비로 학교를 결석해야 하는 아들 조씨를 위해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부탁해 허위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서류를 받아 이를 한영외고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조씨가 미국 조지워싱턴대에 진학한 뒤에도 조 전 장관이 특정 과목의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어준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시켰다. 2016년 11~12월경 2회에 걸쳐 아들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민주주의에 대한 세계적 시각(Global Perspective on Democracy)'이라는 과목의 온라인 시험 중 아들로부터 전송받은 문제를 분담해 푼 다음 아들에게 답을 송부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론이다. 조 전 장관의 아들은 이런 방식으로 A학점을 받았다고 한다. 검찰은 이를 ‘조지워싱턴대의 성적 사정 업무 방해’로 판단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에 투자하기 위해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재산 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도 조 전 장관이 공모한 것으로 판단했다. 법무부 장관 인사검증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공개한 코링크PE의 ‘운용현황보고서’도 조 전 장관이 직접 위조를 교사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이 보고서에는 투자자인 조 전 장관 측이 투자처를 알 수 없도록 운용된다는 허위 사실이 담겼다.
4개월간의 수사를 마무리한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자녀들과 입시비리에 가담한 한인섭 교수 등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기지는 않았다. 조 전 장관의 가족들이 운영해온 학교법인 웅동학원 위장소송ㆍ채용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선 조 전 장관을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나머지 관련자들에 대해 순차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기소 사실을 발표한 직후 즉각 입장문을 내고 공소사실 전반을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이번 기소는 검찰의 상상과 허구에 기초한 정치적 기소”라면서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검찰이 조 전 장관을 최종 목표로 정해놓고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총력을 기울여 벌인 수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초라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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