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학대 사망 아동 28명 중
23명이 0~6세 미취학 아동
“교육기관 감시 어렵고 노출 안 돼
건강검진 의무화 등 대책 시급”
#경찰은 지난 26일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에서 딸 B(5)양을 여행용 가방에 2시간 가량 가둬 숨지게 한 혐의로 어머니 A(42)씨를 구속해 범행 이유 등을 조사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B양은 사망 당시 입 안에 토사물이 가득했고, 내복만 입은 채 손이 쭈글쭈글해질 정도로 물에 흠뻑 젖어 응급실에 도착했다. B양은 팔 다리의 3분의 2가 멍으로 덮여 있는데다, 등과 엉덩이에도 멍 자국이 가득해 지속적인 학대를 받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웃에 사는 한 20대 여성은 “아이 우는 소리, 엄마가 혼내는 소리가 자주 들렸다”고 말했지만 훈육인지, 학대인지 알 수 없어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았다고 고백했다.
#2017년 4월 친부의 구타로 목숨을 잃은 뒤 주검이 버려진 고(故) 고준희(5)양은 숨지기 두 달 전 머리를 다쳐 두 차례 병원 진료를 받았다. 친모와 지낼 때는 지병 때문에 2년간 30차례 넘게 병원을 찾았지만, 사망 한 달 전부터는 한 번도 병원에 가지 못했다. 학대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었지만 준희양이 사망하고 7개월 뒤 친부가 경찰에 거짓 실종신고를 할 때까지 아무도 이를 알지 못했다.
B양과 준희양을 비롯해 미취학 아동(0~6세)들이 학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취학 아동과 달리 미취학 아동의 학대는 교육 기관의 모니터링이 어렵고 폐쇄적인 환경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매년 반복돼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망 사건 중 미취학 아동 비율은 상당하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2018년 아동학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의 숫자는 총 28명으로 이 중 82%(23명)가 미취학 아동이었다. 미취학 아동 학대 사례(5,157건)가 전체 아동학대 사례(2만4,604건)의 21%인 것에 비해 사망사고율은 극도로 높은 수준이다.
미취학 아동의 학대 사망사고가 유독 많은 건 초기 학대 징후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초ㆍ중ㆍ고등학생과 달리 주로 가정에서 이뤄지는 미취학 아동에 대한 학대는 쉽게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다. 지난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의 절반이 넘는 15명(53.6%)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교육기관을 다니지 않았다.
6세 이하의 아동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지하고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징후 포착이 어려운 이유다. 유치원ㆍ어린이집 교사들도 신체 외부로 학대 흔적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선뜻 경찰에 신고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송파구에서 유치원 교사로 근무하는 이모(27)씨는 “선뜻 신고했다가 학대가 아닌 경우 해당 부모로부터 항의를 받거나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 꺼려진다”고 털어놨다. 경찰도 퇴직 경찰이나 교사 등을 활용해 지역 인근을 순찰하는 ‘아동안전지킴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귀갓길, 학교 주변 안전 점검 정도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위기 아동을 사전에 추려낸다며 지난해 3월부터 가동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도 아직은 역부족이다. 예방접종 여부 등 빅데이터로 위험징후를 예측한 뒤 고위험 가정을 추려낸다는 구상이나 정밀하지 못한 탓이다. 실제 지난 1월 경남 창녕의 한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에 나타나지 않은 오모(7)군은 2013년 5월 예방접종 기록 후 다른 의료기록이 없는데도 이 시스템 상 위기아동으로 분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태어난 지 몇 년이 채 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은 축적된 데이터가 없어 위험군을 가려내기도 쉽지 않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만6세 이전 10회의 건강검진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하고, 문진표에 아동학대 관련 질문을 추가해 미연에 학대를 방지할 수 있는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아동수당(만7세 미만)을 신청할 시, 학대 방지 관련 양육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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