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위한 진료기조차 없어” 여성 장애인 모성 보호법 추진 계획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1호 영입 인재’로 발탁한 40대 여성 장애인 최혜영(40) 강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처음으로 입법을 추진할 법안을 밝혔다. 그의 1호 법안은 여성 장애인이 엄마가 될 수 있게 돕는 내용이 될 전망이다.
최 교수는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저도 엄마가 되고 싶은데 병원에 갔을 때 저를 위한 진료기가 하나도 없다. 겪어보지 못하면 모른다”며 “여성 장애인의 임신, 출산, 육아 관련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법안을 우선 발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최 교수를 1호 영입 인재로 발표한 건 26일. 5일밖에 되지 않아 아직 출발선에 서지도 않았지만 주변에서는 벌써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감성팔이, 이벤트로 끝나는 거 아니냐”, “장애인 이미지만 바꾸고 나중에는 내팽개치는 거 아니냐”는 우려다. 하지만 최 교수는 “그런 이벤트라도 장애인에게 관심만 가질 수 있으면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가 민주당의 영입 제안을 받은 건 몇 달 전이다. 그는 “강의 의뢰를 하려거나 장애인 관련 정책 자문을 구하려고 전화한 줄 알았다”며 “바로 수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유치원 3법을 반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최 교수는 11월말쯤 결심을 굳히게 됐다. 그는 “‘유아를 위한 법도 무산시키는데 장애인의 권리를 생각해줄까’, ‘내가 이렇게 방관만 하고 있어도 되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제가 조금이나마 장애인을 위해 정책을 만든다면 이 땅의 장애인들이 권리를 잘 보장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신라대 무용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3년(당시 24세) 빗길 교통사고로 사지마비 척수장애 판정을 받았다. 발레리나의 꿈은커녕 혼자서 일어설 수조차 없었지만 재활훈련에 매달려 5년 만에 제 힘으로 휠체어에 앉을 수 있게 됐다. 최 교수는 전공을 사회복지학으로 바꿨고 2017년에는 국내 척수장애인 최초로 재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강의를 다니고 보건복지부 홍보 모델로도 활동했다. 지난해 ‘모든 사업장에서 1년 1회 이상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의무화’하는 장애인고용법 시행령 개정을 주도한 것도 최 교수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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