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회사의 의약품을 대신 만들어주거나 임상시험을 대행해주는 제약 분야 위탁 산업 규모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1조원대에 진입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우리나라 993개 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2018년 기준 국내 바이오산업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자체 생산 능력이 부족한 타사의 의약품을 대신 만들어주는 ‘위탁생산기업’(CMO)이나 관련 전문인력이나 경험이 충분하지 못한 타사의 임상시험을 대행해주는 ‘임상연구수탁기업(CRO)’은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본보 11월 4일자 20면). 일부 전문 업체나 외국 기업들의 영역이었던 CMO와 CRO에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고가의 첨단 설비를 확보한 국내 제약사들이 속속 뛰어들면서 팽창된 시장이 이번 실태조사에서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바이오산업 생산은 10조4,764억원 규모로, 2017년과 비교해 3.3% 증가했다. 이 가운데선 특히 CMO와 CRO 같은 바이오 서비스 사업 생산 규모는 2017년 8,144억원에서 2018년 1조94억원으로 23.9% 성장했다.
바이오 서비스 생산액이 1조원을 넘은 건 실태조사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처음이란 게 바이오협회 측 설명이다. 바이오 서비스 생산이 전체 바이오산업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기간 8.0%에서 9.6%로 늘었다.
국내 기업들이 위탁생산에 뛰어드는 이유는 기존 설비로 추가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위탁생산 업체에선 일반적으로 제조원가의 30~40%를 마진으로 붙여 고객사에 공급한다. 위탁생산을 맡기는 기업 입장에선 대규모 시설 투자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허가에 필요한 임상시험, 실험실 단계에서 대량생산으로 넘어가는 공정 개발 등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를 대행해주는 CRO 영역도 마찬가지다. 소규모 기업으로선 자체적으로 인력과 비용을 투자하기보다 기존 경험 있는 기업에게 연구개발을 맡기는 편이 더 안정적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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