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일종의 ‘공포 마케팅’처럼 작용해서 시장 불안을 증폭시키는 면이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주택공급 물량은 사실 충분한데, 과도한 공급부족 공포감이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인 셈이다. 반면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론’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서울 주택시장에 앞으로 공급 물량은 부족해지는 걸까?
◇계획보다 크게 줄어든 실제 분양
30일 국토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을 4만1,000가구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4만5,000가구)와 지난해(4만4,000가구)보다는 소폭 감소하지만 2013~2017년 사이 5년 평균(3만2,000가구)에 비하면 결코 주택공급은 적지 않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분양 물량’을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분양 물량은 2~3년 후 입주가 가능한 일종의 잠재 입주 물량이다. 내년 분양이 충분해야 2~3년 후 입주가 늘어나고, 또 분양을 기다리는 매수 대기 수요도 줄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의 아파트 분양예정 물량은 4만6,000가구다. 정부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수년간 실제 분양 물량이 당초 계획에 비해 크게 모자랐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서울의 민간주택 공급 계획 대비 실제 공급 비율은 49.9%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는 70% 정도였던 예년의 비율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17년에는 76.8%(5만4,004가구 중 4만1,516가구)로 예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작년부터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대폭 강화된 여파로 2018년 37.1%(5만7,208가구 중 2만1,235가구), 올해는 40.0%(7만2,873가구 중 2만9,181가구)로 급락했다.
정부가 규제의 고삐를 풀지 않는 만큼 내년에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계획 대비 40% 수준의 분양이 이뤄지면, 예정물량 4만6,000여가구 중 2만가구 분양도 장담하기 어렵다. 부동산114는 이 때문에 내년 실제 입주는 4만2,0123가구를 전망했지만, 이후에는 급감(2021년 2만1,939가구, 2022년 1만862가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개발 비중 높은 점도 악재
서울의 분양계획 물량 중 재개발ㆍ재건축이 70~80%나 되는 점도 주택 공급에는 적신호다. 분양가상한제 도입에 이어 지난 27일 헌법재판소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에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사업성이 나빠진 재건축ㆍ재개발 조합이 분양을 미루고 ‘버티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인구 감소에 따른 공급 부족 완화’ 주장도 아직은 현실과 다르다.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서울 인구는 2016년말 1,000만명 아래로 떨어져 계속 감소하고 있다. 올해도 10월 현재 974만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1, 2인가구 증가로 세대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올해 10월 현재 주민등록세대수(432만세대)는 작년말(426만세대)보다 5만8,586세대 증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 내 주택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반면, 정부의 규제로 당분간 공급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서울 도심 내 공급을 서두르는 한편, 1ㆍ2기 신도시 등 경기 지역으로 주택 수요를 분산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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