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구제ㆍ한명숙은 구제 안 돼… 희비 갈려
“박근혜 前대통령은 형 확정 안돼 사면 대상 아냐”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일부 정치인에 대한 특별사면을 실시했지만, 참여정부 핵심 인사였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끝내 사면ㆍ복권 명단에 넣지 않았다. 반면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복권됐다.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를 저지른 인사의 사면은 배제한다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장기간 공무담임권 등 정치적 권리가 제한된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사면ㆍ복권한 선거 사범 267명 중에는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 여야 정치인들이 두로 포함됐다. 2008년 18대 총선과 2010년 지방선거 관련 선거사범이 대상이다. 선거사범은 아니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은 이광재 전 강원지사, 공성진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도 복권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앞선 2차례의 사면에서 정봉주 전 의원을 제외한 정치인 사면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정 전 의원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첫 특사에서 복권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BBK 의혹을 제기했다 허위사실 유포로 징역살이를 해 이번 사면과는 성격이 다른 측면이 있긴 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면에서도 5대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사면을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지켰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은 상황이 됐다. 당장 같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이 박탈된 한명숙 전 총리와 이광재 전 지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두 사람은 한때 뇌물 혐의를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도 다르지 않다. 특히 지난 2월 3ㆍ1절 특사 당시 “정치인들의 부패 범죄를 제외했다”고 밝히는 등 돈과 관련된 정치인 범죄에는 무관용 원칙을 천명해 온 점을 감안하면 사면 원칙이 흔들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다만 이번 사면에선 여야 정치인을 고루 포함시키면서 정치적 균형을 맞추려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사면은 국민대통합을 강화하기 위한 사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사범 1,879명 전원을 사면ㆍ복권하고, 7대 사회갈등 사범을 사면대상에 포함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또한 “노동이 존중 받는 사회의 실현을 위한 노력과 화합의 차원”에서 복권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아직 형 확정이 되지 않아 대상자에 포함 안 된다”고 원칙적인 언급을 했다. 여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뇌물죄로 이미 실형을 선고 받은 만큼, 5대 불가 원칙에 비춰 문 대통령 임기 내 사면은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석기 옛 통합진보당 의원 또한 “선거사범 등 일반적인 다른 정치인 사범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사면 대상에 넣지 않았다. 이 전 의원의 경우 내란음모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만큼 사면을 할 경우 극심한 국론분열로 비화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가 반영된 결정으로 보인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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