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지현씨 부친, “마드리드 주 정부 책임자 공식 사과 요구”
스페인에서 유학하던 딸을 하루 아침에 사고로 잃어버린 부친이 마드리드 주 정부의 안일한 대응 상황을 전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고인의 아버지 이성우씨는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목격자 이야기는 한 15cm 되는 붉은색 벽돌이 관공서 외벽에서 떨어졌다고 한다”며 “(현지 경찰, 주 정부에) 현장을 보여달라고 해도 묵묵부답이고 ‘권한 밖이다’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 딸 고 이지현씨는 21일 태풍 ‘엘사’가 몰아친 마드리드 시내에서 마드리드 관광청 건물 6층에서 떨어진 석재 조형물에 머리를 맞고 숨졌다.
이씨는 “딸을 숨지게 한 벽돌 실물도 보지 못했다”면서 “경찰은 보여주지도 않고 수사 비밀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고 현장 사진도 못 봤다”며 “우리나라 대사관 영사가 사진을 보여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그 사진도 보여줄 수 없고 나중에 판사에게 정보 공개 청구를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딸의 사고 소식을 들은 뒤 36시간이 걸려 마드리드에 도착했지만 공무원들이 퇴근해서 딸의 시신을 볼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관공서 문을 닫았기 때문에 다음 날 아침 9시에 오라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며 “더 기가 찬 것은 아침에 가서 딸 얼굴을 보여달라고 하니 ‘장례 업체를 지정해 와야지 딸의 시신을 그 업체에 전해줘서 그곳에서 확인할 수 있을 거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대사관 직원과 같이 갔는데도 ‘여기 행정 절차가 그렇다’는 말만 했다”며 “ ‘내 딸인지 아닌지 확인도 하지 않고 어떻게 장례 업체를 정해서 확인하란 말이냐’며 호소했지만 똑같은 말뿐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5시간을 기다린 끝에 판사 영장을 받아 딸의 시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씨는 “마드리드 주 정부 입장은 자연재해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처리하라는 것”이라며 “우리는 주 정부 책임자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또 하나는 지현이가 죽음에 이르도록 만든 그 건물의 구조를 봐야 되겠다는 요구를 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주한스페인대사관에서 사건을 인지한 즉시 담당 영사와 직원 등을 현장에 보내 경위를 파악하고 국내 유가족에 연락하는 등 영사 조력을 제공해왔다고 밝혔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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