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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영입 2호는 역경 극복한 ‘이남자’… MBC ‘느낌표’ 효자소년 원종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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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영입 2호는 역경 극복한 ‘이남자’… MBC ‘느낌표’ 효자소년 원종건씨

입력
2019.12.29 18:46
수정
2019.12.29 23:5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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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각 장애 모친, 각막 기증받아… 방송 후 봉사ㆍ기부 매진 

 “복지사각 문제 관심, 갈등 빙벽에 사랑의 뜨거운 못 박고 싶다”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인 원종건 씨가 29일 국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찬 대표, 원종건씨, 윤호중 사무총장. 이날 영입식에는 원씨의 친구들이 꽃다발을 들고 동행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인 원종건 씨가 29일 국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찬 대표, 원종건씨, 윤호중 사무총장. 이날 영입식에는 원씨의 친구들이 꽃다발을 들고 동행했다. 연합뉴스

“저는 집도 없고 모아놓은 것도 없고 엊그제까지 그저 내일의 희망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던 젊은이입니다. 큰 담론을 내세우거나 꼭 무엇을 해내겠다고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작지만 실천할 수 있는 일부터 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총선을 대비해 영입한 첫 번째 ‘청년 인재’, 원종건(26)씨의 말이다. 민주당은 유독 ‘이남자’(20대 남성)의 표심을 얻는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최근 당 안팎에선 평범한 20대 남성을 겨냥한 ‘무명의 청년’을 파격적으로 영입할 것이라는 설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 영입식에서 모습을 드러낸 원씨는 유명세를 탄 적은 없지만 결코 평범한 인물은 아니었다. 26년간의 생애가 희망, 도전, 극복의 사연으로 꽉 들어차 있었다. 기득 정치권이 20대를 인재 영입 명단 앞줄에 올린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1993년 경기 안산시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과 병마 탓에 3세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심장병을 앓던 동생은 스웨덴으로 입양됐고, 원씨는 시청각 장애를 가진 모친과 함께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모자보호소에서 생활했다. 모자보호소를 나와서도 월세와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삶은 계속됐다. 원씨는 “가난은 숙명이었다”고 했다.

원씨는 그러나 세상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는 “(남들과)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저와 제 어머니가 사회로부터 받은 것이 많고 그걸 축복처럼 여기는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라면서 “그걸 정치를 통해 돌려드리고자 한다. 갈등과 분열의 빙벽에 사랑으로 달궈진 뜨거운 못 하나 박고 싶다”고 했다.

원씨의 사연이 처음 세상은 알려진 것은 12세 때인 2005년 MBC 프로그램 ‘느낌표-눈을 떠요’를 통해서였다. 어머니 박진숙(57)씨가 각막기증 대상자로 선정돼 ‘눈을 뜨는’ 과정이 방송됐다. 박씨는 방송 카메라가 꺼지자마자 아들의 손을 잡고 병원 원무과로 향해 장기기증 신청을 했다고 한다. 원씨는 “어머니가 ‘종건아, 우리도 더 좋은 일 하는 사람이 되자’고 말하던 그때 모습이 평생의 소명이 됐다”고 했다.

원씨 모자는 이후 각계에서 쏟아진 후원 제의를 거절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생활하면서도 폐지를 모아 복지시설에 기부하는 등 받은 사랑을 되갚아 왔다. 원씨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벙어리장갑’이라는 이름을 바꾸는 캠페인을 벌여 ‘엄지장갑’이라는 말을 전파시켰다. 청각장애인과 수어통역사를 연결하는 스마트폰 앱을 기획하기도 했다. 경희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한 뒤 이베이코리아 사회공헌팀에서 일하고 있다.

원씨는 “처음에는 무섭고 걱정돼 영입 제안을 거절했는데, 어머니가 ‘평생 받는 마음으로 살아왔으니, 받는 사람의 마음으로 정치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셔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박씨는 “세상이 널 키웠으니, 이제 네가 세상에 효도를 하라”고 원씨를 격려했다고 한다. 원씨는 또 “바쁘고 고단한 청년들이 정치에 먼저 관심을 갖기란 쉽지 않은 만큼 정치가 먼저 청년에게 다가가야 한다”며 “가난 때문에, 학벌 때문에, 차별 때문에 꿈 꿀 권리마저 포기당하는 청년들이 ‘때문에’라는 말 대신 정치 ‘덕분에’라고 말할 수 있게 하는 정치를 꿈꾸겠다”고 각오했다.

원씨는 ‘어떤 정책을 입안해보고 싶냐’는 질문에는 “청년 가장들이 군 면제를 받기 위해선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는 소득을 입증해야 하고, 소득을 입증하고 나면 수급권자에서 누락된다”며 “그런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세세하게 관찰하고 고민하고 싶다”고 답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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