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에피소드9’ 美 개봉… 8일 연속 흥행 1위 ‘대박’ 예고
스타워즈서 착안 ‘더 만달로리안’ 11월 디즈니 플러스 방영 인기
‘옛날 옛적 머나먼 은하계에서(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라는 문구는 주문과도 같다. 전 세계 영화팬이 이 문구에 열광하며 지갑을 열었다. 할리우드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도입부다.
1977년 첫 선을 보인 ‘스타워즈’가 에피소드9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42년 만이다.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20일 미국에서 개봉해 27일까지 3억1,603만달러(박스오피스 모조 집계)를 벌어들이며 8일 연속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흥행 수익은 5억9,833만달러다. 제작비(2억7,500만달러) 두 배 이상의 돈을 이미 벌어들였다. 29일 기준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개봉 국가는 28개(한국은 1월 8일 개봉)다.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흥행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미국인에겐 하나의 ‘전설’로 받아들여지는 영화다운, 화려한 퇴장이다.
◇1977년 시작된 신화
‘스타워즈’의 조물주는 조지 루커스(75) 감독이다. 33세 때인 1977년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9부작 중 에피소드4에 해당)을 시작으로 ‘스타워즈’ 신화를 일궜다. 우주를 배경으로 자유를 억압하는 제국에 맞서 싸우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린 ‘새로운 희망’은 7억7,539만달러를 벌어들이며 당시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무명에 가깝던 배우 해리슨 포드와 마크 해밀, 캐리 피셔 등은 스타덤에 올랐다. 아직도 숱하게 패러디되고 있는 명대사 “내가 너의 아버지다(I am Your Father)” “포스가 당신과 함께 하길(May the Force be with You)” 등을 남겼다.
‘스타워즈’는 일본 유명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ㆍ1910~1998)의 영화 ‘숨은 요새의 세 악인’(1958)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스타워즈’의 레아 공주(캐리 피셔)와 한 솔로(해리슨 포드), 로봇 C3PO, R2D2가 이 영화 속 인물과 빼 닮았다. ‘숨은 요새의 세 악인’은 일본 전국시대 공주와 장군, 두 농부의 모험담을 그렸다.
루커스 감독이 1980년대 속편 두 개(에피소드5, 6)를 잇달아 만든 후 ‘스타워즈’ 시리즈는 막을 내린 것으로 간주됐다. 루커스 감독은 1993년 새로운 ‘스타워즈’의 시작을 선언했다. 제다이 기사였다가 악의 제국 편에 서게 된 아나킨 스카이워커(다스베이더)를 중심으로 ‘새로운 희망’ 이전의 이야기를 그리겠다는 발표였다. 에피소드1~3인 ‘보이지 않는 위험’(1999)과 ‘클론의 습격’(2002), ‘시스의 복수’(2005)가 새롭게 선보였다.
◇여성감독 첫 발탁, 동성 키스 등 화제
‘스타워즈’ 시리즈는 2015년 ‘깨어난 포스’(에피소드7)로 재개됐다. 레아 공주와 한 솔로, 루크(마크 해밀턴) 이후 세대의 이야기다. 여성 제다이 기사 레이(데이지 리들리)가 새로운 악의 축과 맞서는 내용을 다룬다. 레아 공주는 반란군의 지도자로 등장한다. 여성을 스크린 중심에 세우며 시대 변화를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레이가 난관을 뚫고 제다이의 정통을 잇는 과정을 상세히 묘사한다. 영화 내용에 발맞추듯 제2촬영팀 감독은 빅토리아 마호니가 맡았다. ‘스타워즈’ 시리즈 역사상 첫 여성 감독이다. 미국 연예전문지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마호니 감독은 “어린 시절 집 뒷마당에서 밤하늘을 보며 밀레니엄 팰컨(한 솔로가 타던 우주선)을 기다리곤 했던” ‘스타워즈’ 마니아다.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특정 장면에서도 시대 변화가 엿보인다. 반란군 여성끼리 키스하는 모습이 짧게 비친다. 싱가포르에선 이 장면을 삭제해 상영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남성간 성관계를 할 경우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등 동성애를 금기시하고 있다. 반면 폭력과 성애 장면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중국 당국은 무삭제 상영을 허가했다. 한국에서는 무삭제 버전이 12세 이상 관람가로 개봉한다. 미국 상영 등급은 PG-13(13세 미만은 보호자 동반)이다
◇끝나도 끝나지 않은 ‘별들의 전쟁’
‘스타워즈’ 시리즈가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할리우드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만 놔둘 리 없다. ‘스핀오프(Spin-off)’ 작품들이 언제든지 만들어질 예정이다. ‘스타워즈’에서 가지를 뻗어나가 만들어진 영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와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2018)가 대표적이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이미 ‘스타워즈’에서 착안한 드라마 시리즈 ‘더 만달로리안’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더 만달로리안’은 ‘스타워즈’와 관련된 시공간을 배경으로 현상금 사냥꾼 이야기를 그린다. 디즈니의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디즈니 플러스는 지난달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이 드라마를 첫 공개해 큰 화제를 모았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책임자(CEO)가 넷플릭스에 맞설 비장의 무기로 내세운 드라마다. 영화 ‘아이언맨’ 1, 2편의 감독 존 패브로가 연출했다.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디즈니 플러스는 ‘더 만달로리안’ 등을 바탕으로 넷플릭스로부터 가입자 100만명을 뺏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디즈니는 ‘스타워즈’의 제작사 루커스필름을 2012년 40억달러에 인수해 ‘스타워즈’ 관련 판권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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