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2019년 서울시 체육인의 밤'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선거의 계절이 임박했다. 차기 대권주자들의 호흡도 빨라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파격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이슈파이팅에 한창이다. 부동산 보유세를 늘리고 개발이익을 환수한 뒤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보강하자는 ‘부동산 국민공유제’를 들고 나왔다. 종부세를 3배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부 중앙정부의 권한인데도 답보 상태인 지지율에 충격을 주려면 대중의 관심을 끌 초강경 메시지가 절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 시장은 사상 첫 3선 서울시장이란 프리미엄을 갖고도 지난해 가을쯤부터 여권 차기주자 선호도 1위를 이낙연 총리에게 내준 뒤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박 시장이 ‘비(非)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점이 조바심의 근원일 수 있다. 한때 민주당 안팎에선 ‘안이박김 살생부’가 돌기도 했다. ‘미투’에 낙마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여러 의혹에 휘말린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시장과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치적 치명타를 맞고 배제된다는 얘기였다. 모두 비문들이다.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박 시장의 3선 출마를 반대했다거나,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 국정조사를 두고 박 시장이 친문이었다면 여당이 그렇게 쉽게 합의해줬겠냐는 말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박원순 대망론이 현실화되려면 어떤 조건이 뒤따라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과의 위치설정만 본다면 ‘정동영의 실패’와 ‘박근혜의 성공’ 모델을 떠올릴 수 있다. 전자의 경우 박 시장이 문 대통령을 뛰어넘을 수 있겠냐는 게 핵심이다. 대통령 지지도가 집권후반까지 탄탄하다면 여권 핵심지지층의 화두에 자신의 선명한 정체성을 확인시켜야 한다. 물론 2007년처럼 대선 전 이미 한쪽 진영이 심각하게 붕괴하면 비문 후보가 당내경선을 통과한들 본선은 어려울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미래권력 위상을 지켜낸 박근혜 모델을 참조하려면 총선에서 측근들부터 최대한 당선시켜 인적기반을 확장해야 한다.

지지율 정체의 원인은 박 시장에 대한 신비감이 사라졌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 재임 8년이 지나면서 기대감이 약해진 탓이다. 지지율이 들쭉날쭉이다. 2014년에도 서울시장 재선 후 여야 통틀어 선두를 달리다 역전되는 양상이 반복됐다.

뒷심이 부족한 이유는 간단하다. 눈에 보이는 실적이 없다는 박한 반응 때문이다. 이명박 전 시장 하면 ‘청계천 복원’과 ‘버스중앙차로제’가 떠오르는 것과 비교되는 것이다. 오세훈 전 시장은 서울을 마치 자신의 화려한 외모처럼 바꿔놨다. 서울시 재정문제를 놓고 비판이 끊이지 않았지만 ‘한강르네상스’와 간판 정비, 고가도로를 걷어내 도심을 시원하게 만든 것은 ‘디자인서울’ 차원에서 평가 받고 있다. 인지상정일 것이다. 대중은 눈과 귀로 바로 느끼는 변화를 원한다.

애초에 시정철학이 다른 박 시장으로선 억울한 일일지 모른다. 이명박 전 시장은 취임사에서 “청계천”을 가장 많이 언급했고, 오세훈 전 시장은 “문화”를 거론했다. 박 시장의 취임사엔 “복지”나 “삶” 같은 담론들이 강조됐다. 이렇게 탈개발주의를 추구해왔지만 정작 삭막한 서울역 고가도로를 일종의 스카이워크로 바꾼 ‘서울로7017’ 보행로에 외국관광객들이 눈에 띄고 있다. 개장 1년만에 인파 1,000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토건이 아니고 기존 노후시설을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진행한 것은 시민운동가 박원순답다는 느낌을 가질 만 하다.

위기일수록 정공법이 현명할 수 있다. 쫓기며 여권 핵심지지층을 의식한 허황된 구호보다는 전체 서울시민을 믿고 박원순만의 공적을 쌓는 게 더 좋을 것이다. 서울시장은 대통령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여겨졌다. 대통령을 향한 서울시장의 권력욕이 서울을 발전시키는 동기로 작용한다면 이를 거부할 시민이 누가 있겠는가. 좀더 분명한 실적을 완성시키길 시민으로서 기대하고 싶다.

박석원 지역사회부장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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