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개헌 절차 착수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던 칠레 반정부 시위가 다시 격렬해졌다.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과정에서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고 시위가 있었던 산티아고의 한 영화관 건물은 큰 불로 전소됐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산티아고 도심의 이탈리아 광장에서 전날 오후 수천 명이 모여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 해산에 나선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탄을 동원하면서 양측은 2시간 넘게 대립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진압 차량을 피해 달아나던 40대 남성이 맨홀에 빠져 감전사했다. 이로써 지난 10월 18일부터 이어진 반정부 시위 중 사망한 사람은 27명으로 늘었다.
이탈리아 광장 인근 영화관인 알라메다 문화센터 건물은 화재로 거의 전소됐다. 이 건물은 시위대 부상자를 치료하는 의료 자원봉사 활동이 이뤄지던 장소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목격자들에 따르면 경찰이 이 건물을 향해 최루탄을 던진 후 불이 시작됐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에 반대해 촉발된 칠레 시위는 불평등한 연금ㆍ교육ㆍ의료제도의 전반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로 확대됐다. 지난 23일 시위대의 주요 요구안인 ‘새 헌법 제정’과 관련한 국민투표(내년 4월26일)가 대통령 서명으로 최종 결정된 후 시위 강도는 다소 약해졌다. 국민투표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독재 시절(1973∼1990년) 제정된 현 헌법을 대체할 새 헌법 제정을 원하는지와 원한다면 누가 법안 작성의 주체가 되는지를 묻는 두 가지 문항으로 이뤄진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일부 K팝 팬들도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 칠레 정부가 시위 사태 배경에 K팝 팬을 지목한 데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다. 최근 칠레 내무부가 K팝 팬의 활발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이 시위 사태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됐다. 칠레 정치권 안팎으로 정부가 시위의 근본 원인을 찾지 않고 외부 세력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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