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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가 ‘탈세와의 전쟁’을 이유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샅샅이 훑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세금 징수가 목적이라지만,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십수 년간 SN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를 감시ㆍ통제하려는 각국 정부의 시도도 덩달아 늘어났으나, ‘자유ㆍ인권의 나라’ 프랑스에서까지 ‘SNS 감시법’이 도입된 건 상징적이다.

영국 BBC는 프랑스 헌법재판소가 27일(현지시간) 조세 회피 행위를 적발하기 위한 ‘SNS 감시 계획’을 정부가 계속 추진해도 된다고 판결했다고 전했다. 지난주 프랑스 하원을 통과한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프랑스 세관과 세무당국은 3년간 실험적으로 SNS 이용자의 프로필과 게시물, 사진을 감시ㆍ수집할 수 있으며 분석을 위해 알고리즘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비밀번호로 숨겨진 게시물 등은 감시해서는 안 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당국은 어디까지나 탈세자 적발이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제랄드 다르마냉 예산부 장관은 프랑스 민영방송 ‘엠시스(M6)’ 인터뷰에서 “만일 당신이 (서류상으로) 고급차를 살 돈이 없다고 했는데, 고급차와 함께 찍은 사진 여러 장을 SNS에 올린다면 정부는 사실을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법안의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설명에도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인터넷 자유를 추구하는 프랑스 시민단체 ‘라콰드라튀르뒤넷’의 법률고문인 아르튀르 메소는 “목적 없는 실험은 있을 수 없다”면서 “모든 것에 대한 일반화된 감시를 허용하는 것은 문제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보호 당국인 정보자유국가위원회(CNIL) 역시 법안 취지는 적법하다면서도, 개인의 자유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보가 알고리즘에 의해 무분별하게 수집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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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 기간이 있는 실험적 정책임에도 프랑스에서 민감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빅브라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미국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는 지난달 발표한 ‘2019 국가별 인터넷 자유도’ 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 일부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인터넷 사용자의 정보를 식별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을 걸러내는 고도의 ‘검열 장치’로 대규모 감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중국 정부는 올해 톈안먼 사태 30주년과 홍콩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대대적인 SNS 검열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올해 반정부 시위로 뜨거웠던 이란과 이라크, 이집트, 칠레 등에서도 시위 통제를 위해 인터넷이나 SNS 접속을 차단해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아예 중국이 인공지능(AI)에 기반한 감시 시스템을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지난달 미국 타임지는 프리덤하우스의 2018년 보고서를 인용, 중국 기업들이 베네수엘라부터 짐바브웨까지 최소 18개국에 첨단 감시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SNS 감시가 권위주의 국가들만의 일만도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버즈피드는 최근 ‘대중 감시의 부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10년대를 특징짓는 현상 중 하나로 AI와 빅데이터 등을 통한 획기적인 감시 기술의 발전을 꼽았다. 매체는 “중국 같은 권위주의 체제부터 미국ㆍ영국 같은 민주 사회에 이르기까지, 부유한 나라들에서 이미 감시 작업의 주체가 인간에서 알고리즘으로 넘어갔다”면서 “감시 기술이 더 향상되고 널리 보급됨에 따라,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기술을 채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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