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北 ICBM 발사 가상영상’ 공개, 北 언급ㆍ격추 장면 없어
WSJ “北, 김정은ㆍ김정일 생일인 1월 8일ㆍ2월 16일 행동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북한의 노동당 전원회의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도발 가능성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예고했던 ‘성탄 선물’을 현실화하지 않은 데 대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추측하고 싶지 않다”면서 “다만 우리 연장세트에 충분한 연장이 있다”고 경고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29일(현지시간) ABC 방송 ‘디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의 행동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과 같은 위협적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은 매우 실망할 것”이라며 군사 및 경제 강국으로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의사소통 라인들이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이 김 위원장의 생일인 1월 8일 또는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2월 16일 무렵에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미 국방부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 후 북한이 곧바로 실력 과시에 나설 수 있지만, 이 시기를 지난다면 내년 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 또 다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북한이 내년 2월 16일까지는 중대 무기 시험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일부 한국 당국자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한국 측 판단을 보고 받은 한 인사는 "북한은 그 무렵까지 미국의 협상 태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 기다릴 것"이라며 "변화를 보지 못한다면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또는 잠수함 기반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 국방 당국자는 "일정 수준의 불확실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도발 수위와 관련해선 국방 당국자들은 이달 초만 하더라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우려했으나 성탄절이 다가오면서 단거리 미사일, 엔진 시험, 해군 훈련 또는 ‘맹렬한 연설’과 같은, 보다 제한적인 것들을 점점 더 많이 언급해 왔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곧바로 넘지 않은 채 지속적인 도발로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지속되면서 미국의 대북 정찰 감시 활동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WSJ는 북한 인근 지역에 대한 정찰 비행이 미국이 북한과의 전쟁을 준비하던 2017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민간 항공 추적 전문가 등을 인용해 전했다. 실제 성탄절에는 미 정찰기 5대가 동시에 한반도 상공을 비행한 것이 포착됐다. 미 국방부는 또 유도 미사일 구축함인 USS 밀리어스도 동해에 보냈다
미국 공군은 북한의 ICBM 발사 상황을 가정해 대응하는 내용이 담긴 홍보 영상도 제작해 공개했다. 미국 공군이 지난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미래를 위한 고속도로’라는 제목의 1분 가량 동영상에서 평양 북쪽 지역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3단으로 분리되는 컴퓨터 그래픽 영상과 일본 열도를 지나 태평양으로 비행하는 궤적 등이 나온다. 이에 대응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에서 화염이 솟구치는 모습, 우주에서 정찰 위성이 가동되는 장면, 이지스 구축함과 MQ-1 프레데터 무인 공격기가 표시된 레이더 화면 등이 등장하며 군인들이 미사일로 파괴된 활주로를 긴급 복구하고 부상자를 후송하는 장면도 나온다. 다만 홍보 영상에서 북한이 직접 언급되지 않으며 탄두를 격추시키는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영상은 전쟁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군이 기민하고 통합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홍보물인데 ICBM을 제압할 수 있는 미군의 전력을 과시해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