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투본, 경찰 상대 행정소송
최근 경찰이 청와대 인근 집회를 전면 금지하자 보수단체인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이 경찰을 상대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계기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느냐를 둘러싼 헌법상 권리 논쟁이 불붙고 있다.
범투본은 최근 청와대 앞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내린 서울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이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이 지난 23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장기 노숙 농성을 이어가는 범투본에 대해 내년 1월4일부터 청와대 앞 집회를 전면 금지시킨 데 대한 맞대응이다.
경찰은 범투본의 청와대 주변 집회 전면 금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범투본 측에 인근 주민들의 고통을 헤아려 달라는 협조를 여러차례 했고, 절충점으로 야간 집회를 하지 말도록 제한조치를 했는데도 반응이 없어 집회 전면 금지 외 별다른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 시위 자유를 고려해 야간집회만 금지시켰지만 이후에도 일부 시위대가 밤에도 소형 스피커 등을 동원해 시위를 강행하는 등 달라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범투본 시위대 200여명은 청와대 서쪽인 효자동 주민센터 주변에서 석 달 째 철야 농성을 벌이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 주변에 사는 청운ㆍ효자ㆍ평창ㆍ부암ㆍ사직동 주민 200여명은 지난달 초 청와대에 찾아가 고통을 호소했다. 인근 서울맹학교 학부모들도 지난달 경찰에 수십 장의 탄원서를 냈다. 제출된 탄원서엔 앞을 볼 수 없는 학생들이 집회 때문에 보행 교육을 받을 수 없고, 주민들은 소음과 교통 불편 피해를 겪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범투본은 경찰의 조치가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청와대 사랑채 앞에 대한 집회 금지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탄핵 정국 이후 청와대 앞 집회가 허용된 뒤로 2년 전에도 주변 시민들이 경찰에 시위를 금지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당시엔 경찰이 ‘집회권’을 내세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범투본은 맹학교 학부모들의 탄원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겨울방학이라 학습권을 따지는 건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집회 자체를 전면 금지한 게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일부 있지만 경찰 조치가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법무법인 더 리더의 윤경 변호사는 “일부 지역의 집회를 금지한 것이어서 집시법에 따른 정당한 조치로 볼 여지가 더 많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예율의 허윤 변호사는 “주최자와 주민 간 충돌이 벌어진 데다 주민이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는 상황이라 촛불집회와 비교해 경찰 조치가 과도하다고 지적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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