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내 일시 복귀…다음달 6일부터 팀 지휘
신태용(49)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에 취임했다.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와 계약 직후 국내로 돌아온 그는 “(쉬는 동안) 몸이 근질근질했다”며 “긴장 속에 엔도르핀이 도는 것 같고, 가슴이 벅차다”고 소감을 밝혔다.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신 감독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 처음으로 해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데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며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에 성공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날 오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남쪽 도시 보고르에 위치한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이완 불르 PSSI 회장과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 감독 계약서에 서명했다.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으로 유력하다는 본보 단독 보도(16일자 25면) 이후 13일 만이다.
기자회견장에서 ‘목표’를 묻는 현지 취재진 질문에 신 감독은 “모든 대회의 목표는 우승”이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그는 “한국이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독일을 이긴 것은 6개월 전부터 독일 감독, 선수, 언론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기고, 독일 대표팀 경기 영상 40편을 분석하고, 현지에 날아가 직접 눈으로 분석하는 등 철저한 분석이 있어서 가능했다”는 설명도 덧붙이면서 아직 만나지 않은 선수들에겐 ‘희생정신’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가 인도네시아에서 맡게 될 책임은 막중하다. 내년 1월 6일부터 4년간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과 23세 이하(U-23), 20세 이하(U-20) 대표팀 사령탑을 맡는 사실상의 ‘총감독’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당초 3년 계약을 마음먹고 인도네시아로 향했으나, 계약 과정에서 PSSI가 2024년 파리올림픽 예선 통과 목표까지 제시해 1년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차근차근 팀을 꾸려 나갈 계획을 세워나가고 있었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가 현재는 실력이 떨어지지만 U-22와 U-19 대표팀은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한국인 특유의 근성을 접목시키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쌀딩크’ 박항서(60)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의 비교가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신 감독은 이를 피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박 감독과)많이 비교되겠지만 크게 부담되지는 않는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윈윈(win-win)할 부분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신태용 사단’에는 이달 초 베트남과 동아시안게임(SEA) 결승전을 치렀던 인드라 샤프리 감독이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 감독은 “모르는 문화권에서 우리끼리 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고, 현지 지도자들도 존중해주며 하나가 됐으면 한다”며 “한국에서는 나를 비롯한 3명의 코치진만 (인도네시아로)넘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남은 연말을 국내에서 보낸 뒤, 다음달 5일 인도네시아로 떠나 본격적인 팀 운영에 들어간다.
보고르=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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