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 겹친 아슬아슬 등굣길… 구청 10년째 외면
본보 보도 후 학부모들 다시 “통학로 확보” 거리 호소
“아이들 등교 시간만이라도 일방통행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는데 10년째 받아들여지질 않아요.” 서울 광진구 광진초등학교 학부모회장 차재옥(49)씨는 27일 아침 인형 탈을 쓰고 학교 앞에 나왔다.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니 캠페인이라도 하기 위해서다. 이날 차씨를 비롯한 이 학교 학부모와 광진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을 지나는 차량을 향해 ‘통학로 확보’를 호소했다. 차씨는 “우리 학교 사례를 다룬 한국일보 보도(19일자 14면 뷰엔: 차량은 보행로로, 학생은 벽으로… 스쿨존은 ‘위험존’)를 접하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광진초등학교 주변 스쿨존은 도로 폭이 좁고 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없어 인명 사고 위험이 높다. 차도 너비가 편도 1차로 남짓에 불과한데도 양 방향 통행이 허용되다 보니 차량이 마주 지날 때면 보도는 차도로 변하기 일쑤다. 특히, 등교 시간과 출근 시간이 겹치는 평일 아침이면 차량행렬이 통학로를 점령해버리는 통에 아이들은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해가거나 벽에 바짝 붙어 등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등굣길 풍경은 어린이 안전보다 일방통행으로 인한 불편을 우려한 일부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구청이 수용한 결과다. 학부모들은 그 동안 스쿨존을 일방통행화 해줄 것, 보행로와 차도 경계에 안전봉 및 울타리를 설치해 줄 것 등을 구청에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차씨는 “구청 민원실은 물론 시의원과 국회의원까지 찾아가 호소하고 의견도 냈는데 그때마다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어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광진구청 관계자는 “해당 지역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정해진 절차에 따라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동대문구에 위치한 답십리초등학교의 스쿨존 역시 늘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도로를 따라 불법주차 차량이 즐비하다 보니 주차된 차량 사이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도로를 건너는 아이들의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그런데도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은 곳이라 관할 구청이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다.
안전보다 민원을 중시하는 자치구의 행태는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가 25개 자치구를 상대로 실시한 ‘스쿨존 내 과태료 부과 실태 전수 조사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40만694건을 적발해 246억9,072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런데 이 중 약 30%인 12만736건에 대해 스쿨존이 아닌 일반 도로 기준을 적용하면서 과태료 액수는 규정보다 46억9,494만원이 줄어들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스쿨존 내 법규 위반 시 과태료는 일반 도로의 경우보다 2배가량 많다. 위원회는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잘못 부과한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자치구가 민원 발생을 우려한 나머지 알아서 일반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주영 기자
윤소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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