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원 순천만 흑두루미영농단장
10년간 철새ㆍ습지 지킴이 활동
먹이 주기ㆍ친환경 농사 등 통해
멸종 위기종 등 개체 수 급증
탐방객 늘며 주민 소득도 상승
“농사철만 되면 농약냄새로 가득했던 마을이 철새보호정책으로 친환경마을이 됐어요. 탐방객들이 함께 늘면서 주민소득으로 연결되고 있지요. 개체수가 매년 늘어나 순천만은 철새들의 요람이 됐습니다.”
시베리아의 혹독한 겨울을 피해 순천만을 찾아온 흑두루미가 2,500마리를 넘어서 역대 최대 개체수를 기록했다. 1월이면 더 늘어날 전망이다. 10년째 이곳에서 철새지킴이로 활동중인 서동원(71) 흑두루미영농단장은 30일 “이맘때 고향을 찾아 날아오는 흑두루미를 맞는 기쁨에 추위도 잊고 지낸다”고 말했다.
흑두루미영농단은 2009년 전남 순천만을 겨울철새의 안전한 서식지로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순천만 인안뜰 63㏊의 논을 경작하는 5개 마을, 주민 5명이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철새지킴이 요원으로 불린다. 주민들이 벼를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하도록 유도하고 흑두루미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습지와 철새 보호 활동에 나선다.
매년 11월부터 흑두루미가 시베리아로 떠나는 이듬해 3월 말까지가 요원의 활동 기간이다. 오전 8시 순천만자연생태관 입구에 설치된 초소에 나와 철새 먹이주기, 순찰, AI(조류인플루엔자) 방제, 탐방객 통제, 습지보호지역을 찾는 농장주 안내 등이 일과다. 순찰은 3명의 요원이 조를 짜 1시간에 한번씩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습지보호지역을 돌며 주변환경을 체크한다.
세계적 멸종위기종으로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는 가뭄, 댐건설, 도시 확장, 농지개간, 화학비료 사용 등으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전 세계 생존개체수가 1만6,000마리로 추정되며 80%이상이 일본 이즈미 지역에서 월동하고, 나머지가 순천만과 중국 등에서 겨울을 보낸다. 전 세계 15종의 두루미류 중 번식지가 발견되지 않아 베일에 싸여 있다가 1974년쯤 러시아에서 발견됐다.
순천시와 주민들은 흑두루미를 ‘모시기’ 위해 온갖 정성을 기울여왔다. 서 단장은 “10월 20일 전후로 첫 흑두루미 선발대가 순천만에 도착하면 주민 일손도 바빠진다”며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를 풀도록 벼 수확시기를 앞당기고 서식지로 통하는 농로에 차단막을 설치해 차량과 자전거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철새를 보려는 탐방객이 늘면서 마을 환경과 소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순천시도 서식지 보호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실천했다. 철새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순천만 논 한가운데 설치된 전봇대 280여개를 없앤 게 대표적 사례. 또 개발이 예상되는 주변 지역의 토지를 매입해 습지복원을 추진하는가 하면, 수질을 오염시키던 농장과 식당도 모두 철거했다. 자연생태관 주변 전선 지중화 사업과 이동통신 기지국을 외곽으로 옮기는 일도 진행했다. 조류독감 감염 예방을 위해선 습지 주변 가금류 축사를 이전하기로 했다.
순천만은 259종 4만~6만여 철새가 도래하는 국내 최대 서식지다. 매년 200만명이 찾아 내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다. 서 단장은 철새지킴이 활동 공로로 2017년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는 “순천만에서 월동하는 두루미류는 1996년 11월 70여마리가 처음 관찰된 이래 1999년 80여마리, 2018년 2,502마리로 36배 가량 증가했다”며 “새들이 안락하게 머물도록 서식환경을 더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순천=글ㆍ사진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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